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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 - 왕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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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꽤 산만하게 시작한다. 각각의 챕터는 주연급 인물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초반에는 이 인물과 더불어 그/그녀를 둘러싼 다른 조연급 등장인물들도 한꺼번에 우르르 나오기 때문이다. 줄잡아 수십명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니 당연 혼돈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생소한 호칭들이 아무런 부연설명없이 등장한다. 세르가 Sir를 의미한다는 것은 한참을 읽고나야 알 수 있다. 핸드라던가 킹스가드 ( 이름 참 유치하기도하지. 이것만 봐서는 좆중딩이 쓴 날라리 환협지로 밖에 안보인다. ) 등등도 마찬가지.

그러나 전개양상 자체는 꽤 차분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극도의 산만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따라잡는게 크게 어렵지는 않다. 교통정리는 빠르게 진행되어나가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빠른 것도 아니다. 물 아래에서부터 뜨겁게 달아올라 결국 수면으로까지 번지는 이 모든 부글거리는 이야기들은 작가의 손에 이끌려 침착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차분하게 풀려나간다.

차분하다고해서 지루하다는걸 의미하는건 아니다. 차곡차곡 이야기들의 겹이 켜켜히 쌓아올려지는게 느껴지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재미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왕좌의 게임이 주는 재미는 물론 주전개인 플롯에서 나온다. 세븐킹덤의 왕좌를 둘러싼 복잡스러운 정치싸움들은 대한민국 인기드라마의 대표장르인 사극이 보여주는 교묘함과 교활함에 한치도 덜하지 않다. 고비마다 주어지는 적절한 반전들도 흥미롭다. 난 대너리스가 칼 드로고의 힘을 발판삼아 일사천리로 강대한 군사력을 손에 넣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만. 그렇다고 이게 반전에만 기대는 줄거리를 가진 것도 아니다. 에다드 스타크가 결국 왕비의 계략에 휘말릴 거라고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결국 그가 체포되는 장면에서는 눈알이 튀어나올만큼 긴장하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소재를 중심으로하는 전개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 환타지 ' 임을 전제로하고 있지만, 사극스러운 궁정암투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흐르는동안 독자는 이를 잠시 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멋진 타이밍에 멋지게 나타나 환타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뇌리에 각인시켜주는 ' 그 존재 ' 들의 등장에서 난 ' 오씨발 졸머쪄 오씨발 기절하게따 !! ' 를 연발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건, 왕좌의 게임에서 모든 캐릭터는 유기적으로 변화한다는거다. 대너리스는 처음에 오빠인 비세리스에 의해 정략결혼으로 팔려나가는, 오빠의 갖은 폭행과 협박에 그저 울고만 있는 겁많고 유약한 소녀로만 나온다. 그러나 어느순간 그녀 내부의 열정과 긍지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스스로 통제력을 잠식해나가는 것이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지며, 종국에는 굴강한 인격을 지닌 단호한 여왕으로 재탄생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워서, 그저 그녀가 등장하는 씬만을 떼어내서 이어붙여도 멋진 소설이 되지않을까한다. 맑고 쾌활한 장난꾸러기이던 브랜이 점차 침울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나, 초반 정신나간 골칫거리 마누라 캐릭터라고 확신했던 캐틀린이 남편과 아들을 구하기위해 결의에 찬 굳건한 여인으로 변모하는 것도 멋진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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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는 지금 3부까지 나온 것 같던데. 일단 1부인 왕좌의 게임은 모두 읽었고 지금은 2부 왕들의 전쟁을 읽는 중이다. 책 띠지나 뒷면에 나오는 때로 유명한 사람들 때로 별로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추천사라던가 평가에 대해 난 대단히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지만, 이 소설의 뒷면에 실린 유명인들의 추천사에 나는 깊이 공감한다.

- 이영도 : 얼음과 불의 노래는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의 미국적 액션 및 속도감은 반지의 제왕의 영국적 유머 및 고색창연함과 분명히 구분된다. 하지만 이들은 판타지라는 만국 곡통의 코드를 공유하며, 그 코드를 공유해 보는 것은 한국 독자들에게 즐거움이 될 것이다. 21세기 초입에서 한국적 판타지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 김민영 : 이야기 자체가 바로 마법인 진짜 마법을 톨킨 이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기분좋은 감동이었다. 복잡하게, 그러나 정교하게 얽힌 이야기를 현란할 정도의 유연함으로 풀어가는 글솜씨에 가슴이 저밀 정도였다. 앞으로 이 책은 반지의 제왕의 뒤를 잇는 판타지의 고전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 진산 : 놀라운 것은 작가가 마치 ' 신 ' 처럼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냉혹할 정도로 공평하다는 것이다. 영리한 인물에게는 신체의 결함을, 숭고한 인물에게는 또 다른 부덕을, 심지어 꽤 호감을 얻는 인물에게마저도 과감한 죽음의 퇴장을 안겨주는 등 모든 인물을 장기 말처럼 다룬다. 말이라고 해서 평면적인 ' 도구 ' 로 전락했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각자 장기판 위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인간들이다.

지금 당장은 책을 읽는 중이라 최종적으로 평가내리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읽은 것만으로 따진다면 얼음과 불의 노래는 일정 부분 이영도의 환타지를 능가하는 대목이 있으며, 반지의 제왕에 준하는 걸작으로 본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내 남은 소망이라면 작가가 부지런하고 오래살아서 부디 이 이야기를 완결지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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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 왕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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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31 11:30


POST : 내좆대로 독후감

테메레르 3권 - 흑색화약 전쟁


1권은 그나마 흥미로웠고, 2권은 살짝 실망스러웠다면, 3권은 이제 막장이라고 할까 ... -_- 부제가 ' 흑색화약전쟁 ' 인데 전체 이야기에서 흑색화약은 단지 몇번 ' 언급될 뿐 ' 아무런 중요한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뭐 다른 중요한 일이 벌어지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 반지의 제왕 1부 반지원정대에서 프로도와 샘과 기타등등이 이제 막 호빗마을을 떠나 아르웬이 사는 그 ... 어디더라 거기로 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게다가 여기엔 톰 봄바딜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다 들어있어. 한마디로 좆구리다 (- ㅡ; ) 이 책을 피터 잭슨이 영화화하기로 했다던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테메레르말고 퍼언 연대기로 바꿔달라고 간절히 기원하고 싶다.

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좀더 분량이 큰 이야기의 일부로 본다면, 아마도 여기서는 테메레르의 오랜 맞수가 될 ' 리엔 ' 을 강적으로 세팅하는 정도의 파트가 되지 싶다. 그러나 리엔의 강력함은 그닥 어필하지 못하고 있고 ( 이미 잘 싸우는 중인 나폴레옹의 편에 서서 이긴다한들 전혀 돋보이지 못한다. 나폴레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놀라운 기지로 그를 구출해낸다면 모를까 ) 둘째로 리엔이 테메레르에게 가진 원한이 전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별로 짙고 깊은 감정으로 보이지 않아.

게다가 3권까지 오니 눈에 두드러지게 띄는 부분인데, 용들이 왜 그렇게 하나같이 멍청한지 모르겠다. 테메레르의 사고는 사춘기의 장난기많고 무모한 정의감에 불타는 사춘기 소년의 그것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그외의 용들은 애초에 묘사 자체가 적으니 말할나위도 없다. 중국에선 국정에 관여할 정도로 현명하다는 용들 역시도, 실질적인 캐릭터를 갖기보다는 모호하게 처리되어있다. 즉, 테메레르 3권까지 오는동안, 독자로 하여금 ' 현명하고 지혜로운 용 ' 이라는 심상을 갖게하는 용은, 설정상으로는 꽤 있음에도, 실제로는 전혀 없다.

고로 별로 재미가 없어. 이후에 4권이 나오더라도 아마 안보게되지 싶다. 퍼언 연대기 후속작이나 나와줬으면 좋겠지만 가망없고 ...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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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 테메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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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6 12:22


POST : 내좆대로 독후감

의천도룡기는 어떻게 말초적 무협들의 대종사가 되었나


사진은 소설이 아니라 영화포스터인듯

사진은 소설이 아니라 영화포스터인듯



영웅문 1,2,3부 (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건 단연코 의천도룡기. 사조영웅전이랑 신조협려는 새로나온 놈들로다가 집에 다 모셔놓았는데 의천도룡기는 없어서 요즘에 한두권씩 계속 사들이면서 읽는 중이다. 한 너댓번째 보는 것 같은데, 그래도 또 재미있네.

1부는 뭐랄까 좀 깊고 진한 맛이 우러나오는 세칭 순수문학스러운 맛이 좀 있고 2부는 주인공의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사마외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면, 3부는, 대중문학의 정수다. 그렇다. 이 3부에는 후대에 한국형 듣보잡 무협의 필수요소가 된 무수한 액기스들이 그 기초를 탄탄히 세워주고 있다. 다시말하자면 극히 말초적인 즐거움을 주는 온갖 내용들이 골고루 잘 배합되어 있달까. 그렇다고 의천도룡기 자체가 말초적이라는건 아니다. 영웅문식으로 말하자면 구음진경을 내공기초없이 초식만 배워서 매초풍처럼 짝퉁티 물씬 풍기는게 한국형 듣보잡 무협이라면, 제대로 된 기초를 세우고 차근차근 배워나가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풍기는게 의천도룡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의천도룡기의 어떤 요소들이 한국형 듣보잡 무협에 계승될 정도로 ' 검증된 흥행요소 ' 일까.

1. 주인공은 자석 미녀들은 철가루

일단 이야기가 장무기쪽으로 돌아온 직후에 바로 주지약 출현. 이후에 반하게 하기위한 포석. 보통 사람들은 옛날에 조또 찌질했던 작자가 이후에 킹왕짱으로 변해서 돌아오면 우왕ㅋ굳ㅋ 하면서 반하기 마련이라는 구도를 깔아둠. 그 담으로 만나는게 아리. 미소녀게임식으로 말하자면 어린시절부터의 소꿉친구 ... 라고 말하긴 좀 뭣하지만, 어린 마음에 가슴 속에 담아두고 이후로 애정이 새끼쳐나가는 스타일이다. 다음으로 만나는게 소소. 지모가 출중하다고는 하나 어린 소녀의 가슴 속에 장무기처럼 듬직한 옵하의 모습이 아무 필터 안걸어도 뽀샤시효과나게 보이는건 당연지사. 마지막으로 조민. 서로 ' 강적이다 ' 라며 알아본 후 남녀사이의 애정관계로 발전한다. 근데 사실 장무기를 보고 반하는 여자들은 딱히 뭔가 이유를 가지고 반하는건 아니다. 걍 만나면 다 반한다. 바로 이게 핵심이다. ' 만나면 다 반해 ' 그나마 의천도룡기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의지를 가진 작가에 의해 쓰여진만큼, 이런저런 사정들이 있어서 다 떨어져나가고 결국 조민과 이루어지지만 보통의 한국형 무협에서 주인공은 자기에게 달라붙은 모든 여자들에게 정 ( ... ) 을 나눠주고나서, 당시의 시대상 ( 그러나 한국형 무협 어디에도 그게 어떤 시대적 배경하에 흘러가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는게 또 오묘하다. ) 을 반영한 적절한 축첩제도 준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의천도룡기에서보다 좀더 발전된 점이 있다면 그 모든 정을 나눠주는 씬 ( ... ) 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데다가 채음보양 또는 채양보음 등등의 기기묘묘한 무공을 등장시켜 이 노골적인 에로씬을 심지어 변태씬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다.

2. 어익후 득템 ㄳ

까놓고 장무기가 구양진경을 배우는 과정은 개같은 우연의 연속이 아니던가 ㅋㅋ 소상자와 윤극서가 ㄳㄳ하게도 원숭이 뱃속에 경전을 넣어주고 이게 무려 몇십년에 걸친 세월이 지난 후에, 얼토당토않은 장소에 새로이 출현, 장무기 앞에 떡하니 나타나다니 기연도 이런 기연이. 개인적으로 ' 고수가 된 경위 ' 가 가장 흥미로운건 장삼봉인데, 아쉽게도 장삼봉이 무예를 수련한 이야기는 김용이 쓴 바 없는걸로 안다. 남들 다 우연찮은 득템으로 수월하게 렙업할 때 딱히 득템하는 것도 없이 ( 있다면 각원대사가 읊어주는 구양진경 어설프게 주워듣기와 곽양이 준 철나한정도? 곽정이 득템한 항룡십팔장&구음진경이나 양과가 득템한 독고선배와 신조, 장무기의 구양진경&건곤대나이에 비하면 쨉도 안되는 쪼렙아이템이죠 ) 혼자 좆빠지게 열렙해서 저런 고렙이 되다니 대단하다 ... 라는 생각 밖엔 들지 않는다. 아무튼, 의천도룡기의 장무기처럼 이후의 한국형 듣보잡 무협지에서 주인공들은 주로 ' 계곡아래로 떨어지 ' 지만 결코 죽지 않으며, 그곳에서 오히려 ' 선경처럼 아름답고 살아가기 넉넉한, 그러나 철저히 고립된 '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이 장소엔 오래전의 절정고수가 남겨둔 무공비급 내지는 그에 준하는 벽화 등등이 남겨져있고, 주인공은 여유롭게 이를 수련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의 무공이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면 이제 출사하는거다 !!

3. 세상을 뒤덮은 거대한 음모

이건 사실 알아보기가 위의 두 가지보다는 쉽지 않은건데, 한국형 듣보잡 무협지에서는 ' 기궤가 신기막측한 ' 어떤 안타고니스트에 의해서 모든 무림을 뒤덮을 거대한 음모가 언제나 진행 중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이를 간파하고 까발리기 전까진 아무도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당연히 저지할 생각도 못한다. 예컨데 각대문파의 요직에 앉은 핵심인물이 모두 이 안타고니스트의 심복&첩자라던가, 그의 음모에 의해 멀쩡한 문파끼리 싸움이 붙는다던가 등등등이다. 의천도룡기에서 이런 음모는 크게 두 가지가 겹쳐서 나오는데, 작은 것은 조민의 음모. 육대문파 요인들을 모조리 납치하는 수단의 발랄함이 너무 사랑스러울 뿐더러, 사랑하는 장무기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자 그냥 순순히 수긍하고 마는 귀여운 음모다. 이보다 더 진지한 건, 역시 수십년에 걸쳐 명교파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신 혼원벽력수 성곤의 음모. 애인을 빼앗긴 한이 얼마나 처절했으면 무려 수십년에 걸쳐 이런 음모를 꾸몄을까만, 안타깝게도 얼떨결에 득템해서 고렙이 된 듣보잡 발컨 장무기에게 이를 들켜 그만 장무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도모해왔던 거사가 씹창나고마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김용이 이걸 쓰던 시대엔 ' 악당에게도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 라는 클리쉐가 발전하지 못했던 모양, 성곤은 나름 이유를 가진 자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측은해보이는 측면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오로지 악당은 악당일 뿐. 의천도룡기 이전의 무협지에서 이런 구도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사조영웅전이나 신조협려 또는 고룡이나 와룡생, 양우생 등등의 작품을 찾아보면 이런 장치는 별로 없단 말씀. ( 뭐 양우생껀 읽어본게 몇개 안되서 단정하긴 좀 애매하지만 ) 그러나 의천도룡기에서 성곤을 통해 한번 소개된 이후 듣보잡 한국무협의 필수요소 중 하나가 된다.

4. 적과의 동침

이건 사실 의천도룡기에서만 구사했다고 볼 수 없다. 꽤 오래된 일종의 클리쉐니까. 서명하자면 보통 주인공은 킹왕짱 선한 편, 그리고 상대여인은 킹왕짱 나쁜 편이다. 둘이 만나 눈이 맞더니 사랑하게 된다. 의천도룡기의 장취산이 일단 한번 그지랄로 씹창이 난 후, 장무기는 아빠엄마에게 배운 것도 없는지 조민이랑 또 눈이 맞는다. 뭐 그나마 의천도룡기에서는 눈만 맞으니 다행인데 한국형 듣보잡 무협에서는 배도 맞는다. 이 요소가 의외로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에게 붙는 여자가 너무 많기 때문. 1번에서도 말한 것처럼 주인공은 자석이고 자석 주변의 모든 철가루는 자석을 중심으로 재배치된다. 그정도로 여인들이 많으니까, 그중 하나정도 원래는 적이었다가 돌아서서 주인공과 눈이 맞든, 배가 맞든,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그 배맞는 씬의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묘사에 이르러서는, 여인의 출신성분따위 작가의 머릿 속에도 독자의 머릿 속에도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저 한가닥 철가루로 족한 것이다.

5. 독의 뉴용도

독이라던가 암기는 사실 무협지에서는 아무 일반적인 소재이지만, 그 독에 개성을 부여한건 아마도 의천도룡기가 처음이지 싶다. 대체로 거의 대부분의 독들은 그저 사람을 ' 아프게하거나/죽이거나 ' 둘중 하나다. 전자는 고문할 때 쓰이고 후자는 공격할 때 쓰인다. 근데 의천도룡기에서는 미묘한 효과의 독이 선보인다. 십향연근산이 그거다. 이름도 말초적인 이 독은 사람을 공격하거나 고문하기보다는 그저 무장해제시킬 뿐이다. 이게 사실 한국형 듣보잡 무협에 전이되었다고 확신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막 지껄이는거다 ㅋㅋ 이걸 나의 오버해석루틴에 적용시키면, ' 십향연근산은 독의 새로운 용도, 단지 고문하거나 죽이는 것 이외의 용도를 작가들로 하여금 깨닫게 만들었다 ' 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게 사실 또 의천도룡기가 시초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과문한 탓에 의천도룡기 이전의 다른 무협지에서도 이런게 나오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의천도룡기가 쓰여진지 꽤 된거니까 대충 때려잡아 이걸 시초라고 우겨버리자. ㅋㅋ 아무튼 그래서, 십향연근산을 등장시킨 효과는 이후에 어떻게 드러나느냐면, 미혼약&흥분제로 바뀐다. 여자에게 독을 먹이면 여자가 막 성적으로 흥분해서 남자에게 달려들어요. 일단 아무나 붙잡고 친오빠건 친아빠건 철천지 원수건 정사를 애원하게 되는거다. 세상에 이런 편리한 약이 있나. 솔직히 이건 의천도룡기를 시초라고 잡기는 너무도 애매한게, 한국의 ' 돼지발정제 ' 라던가 ' 말린 바나나껍질을 가루로 만든 분말 ' 등처럼, 여자를 성적으로 흥분시켜 이성을 잃게만든다는 소문을 지닌 약들은 너무나도 많다. 스스로 자기에겐 매력없음을 은연 중 인정한 남자들이, 그럼에도 어떻게든 성욕을 풀고싶은 마음은 있어서 희망하게 된 일종의 환타지랄까. 어차피 듣보잡 무협 자체가 그런 환타지들의 범벅이긴 하지만, 여기에도 빠질 수 없는게 바로 그런 흥분약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의천도룡기는 ' 고전 ' 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고전의 정의는 따로 있겠지만, 내 기준에서 고전이란 ' 이후의 동종장르에 큰 영향을 미친 - 따라하기의 모델이 된 작품 ' 이다. 고로 의천도룡기는 흠잡을 데 없는 고전이다 ... 그런데, 이런 의천도룡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후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말초적인 부분에만 집착하는 데에는 참 뭐라고 해야할지. 장삼봉의 제자 송원교는 나름 훌륭하나 그 아들 송청서는 지지리 좆병신인걸 보는 느낌이랄까. 뭐, 남들 못잖게 말초적인 내 입장에서는 그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하지만, 그래도 김용만한 거인이 이후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게 쫌 서글프긴 하다. 아참, 아니지. 군림천하가 있구나. 군림천하는 언제 끝나려나 몰라. 이젠 몇권까지 나왔지? 생각난 김에 찾아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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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무협소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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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11:15


POST : 내좆대로 독후감

테메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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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용이다. 난 사실 용에 별로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최근에 용과 용을 타는 자들의 이야기를 두 편이나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이 무슨 하늘의 조화인가. 하지만 분명한건, 두 이야기에 나오는 용들이 암만 쎄다고해도 역시 고전명작 투드에 나오는 졸라짱쎈 투명 드래곤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라는거죠.

비슷한 소재를 다루다보니 비교하게 되는건 당연. 테메레르는 퍼언 연대기에 비하자면 좀더 ... ' 용 그 자체 ' 에 보다 밀착한 느낌이다. 우선은 등장하는 용들에 대한 개성이나 성격 묘사가 퍼언 연대기에 비해 훨씬 치밀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아울러 용과 용을 타는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 훨씬 깊고 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이유는 사실 한 가지에서 뻗어나오는데, 그건 퍼언 연대기의 용과 용기사가 서로 텔레파시 비스무레한 것으로 이어져 서로 반쯤은 공유하는 정신상태를 보여준다면, 테메레르에서 용과 용기사는 완전히 별개의 인격체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서로간의 깊은 유대로 인해, 아니지. 엄밀히 말한다면 용이 용기사에게 ' 지나치게 집착하는 ' 행태로 인해 서로 엮여질 뿐이다. 퍼언 연대기에서 한번 정해진 용과 용기사의 운명은 이후 뗄 수가 없이 물리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묘사된다. 둘 중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는 죽거나 폐인이 된다. 그러나 테메레르에서 용과 용기사의 관계는, 대단히 긴밀하긴 하지만, 그건 마치 음 ... 형제지간 같달까?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연결점을 가진게 형제이긴 하지만, 필요하다면 둘이 영영 헤어진다고해도 그렇게 큰 지장은 없다. 물론 당분간 심대한 타격을 받을테고, 여기서 회복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는 건 맞지만 말이다.

이렇게 용과 용기사 사이의 거리가 어느정도 떨어져있기 때문에, 테메레르에서 용은 용기사와 독립된 자주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뭐 테메레르야 워낙이 지적인 용이라 그렇다고쳐도 다른 용들 역시 썩 다르지는 않은 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테메레르의 용들의 개성은 더 잘 드러난다. 아울러 용과 용기사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애정 역시도 한층 더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퍼언 연대기로 말하자면 애초에 그 둘이 ' 물리적으로 ' 연결된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가까움은 따로 말할 필요가 오히려 적어진다. 즉 소설 내의 설정 상 용과 용기사 사이가 더 가까운건 테메레르보다는 퍼언 연대기이지만, 반대로 둘 사이의 친밀함과 긴밀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과 묘사는 테메레르쪽이 더하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 입장에서는 테메레르의 용과 용기사가 더 친해보인다.

그러나 테메레르가 퍼언 연대기에 비해 ' 용 그 자체 ' 에 대해 더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해서 테메레르를 퍼언 연대기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게 무슨 오로지 용에만 집착하고 용을 말할 수록 더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 용문학 ' 도 아니고, 그것만 가지고 말하긴 어렵다. 실제로 어느게 더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역시 퍼언 연대기? 테메레르는 ... 전체적으로 뭐 나쁘지 않았지만 첫권의 아기자기함에 비해 2권의 쭝국 이야기는 뭔가 좀 -_- 아무리 ' 외국인의 눈으로 본 중국 ' 이라고는 하지만 심히 어정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건 꼭 고전 SF 같다. 오래전의 그 왜 ... 잃어버린 세계라던가 해저삼만리 등등? 이런 류의 소설들에 나오는 ' 공룡세계 ' 와 ' 해저세계 ' 는 주로 ' 신비로움 ' 을 중심으로 묘사되고, 소설의 재미 역시도 그런 신비로운 것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호기심을 자극으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근데 테메레르의 2권도 그 비슷하다. 유럽인인 주인공이 쭝국에 가서 온갖 신기한 것들을 마구 보고 들으며 독자들에게 거기에 이입하라고하는데,

난 그저 시큰둥하더라. 1권이 꽤나 만족스러웠던데 비해, 2권은 은근히 계속해서 투덜거리며 읽었다. 이건 별로 신기하지도 않고, 오리엔탈리즘의 그윽한 향기에 질식하는 느낌이다. 1권을 펴낸 작가가 장사가 좀 되니까 ' 2권은 신비로움을 테마로 가자. 뭘 넣으면 신비로울까? 그렇지 역시 신비하면 동양의 신비 아니겠어? ' 라고 생각하며 쓴 듯한 그런 느낌? 사람따라 2권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저 신비로운 것만으로 엮어가는 건 내겐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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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 이야기, 용기사, 테메레르, 퍼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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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11:03


POST : 내좆대로 독후감

퍼언 연대기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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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왔다는건 알았는데 살까말까를 고민하다가, 서점을 배회하던 중 딱히 살만한 다른 책은 없고 일단 이건 번역자가 믿음직하니까 함 볼까? 하고 샀는데, 이거 대박이다. 우선 선량하고 착한 책값이 맘에 든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15000원이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한다는건 현재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북스피어는 이런 대담한 모험이자 파격적인 시도를 결단하고 실행했다. 넘흐 감사한 마음이 가슴 속에서 솟구쳐오른다. 지금까지 번역되어 나온 도킨스의 저작은 모두 구해 읽었음에도 아직까지 갓딜루젼을 사지 않은 결정적 이유가 책값에 대한 괘씸함 때문이라면, 퍼언 연대기를 펴낸 북스피어 관계자 여러분께는 제가 떡값이라도 좀 보내드려야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요. 대신 뭐 팬사이트같은거라도 하나 만들까. 나중에 직장 관두고 집에서 놀게되면 함 고민해봐야겠다. 지금 만들까하는 팬사이트만도 너무 많아서. ;;

그러나 물론, 단순히 두꺼운 책이 싸게 나왔다고 이렇게 광분하는건 아니다. 난 올 여름 미야베 미유키를 발견하고 ' 와~ 멋진 작가 하나 건졌네. 올해는 풍년이군 ' 했는데, 앤 맥카프리는 미유키에 비해 손색없는 멋진 작가다. 2007년은 캐풍년이군요. 이렇게 근사한 작가를 둘이나 건지다니. 뭐 다른 작품들은 전혀 안읽어봐서 모르겠지만서도 지금까지 읽은 퍼언 연대기 1,2,3권은 대만족. 소재는 분명히 환타지스러운데, 전개양식은 명백히 SF다. 이런 묘한 구조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 우왕ㅋ굳ㅋ한 수준으로 완성되고 있다.

1권은 말하자면 ' 퍼언 영웅탄생기 ' 정도로 요약되려나. 냉철하지만 의지가 강한 남자 플라르와, 확끈하고 까칠하지만 대단히 유능하고 명석한 레사라는 두 주인공이 커플을 이루어 용타고 다니며 퍼언이라는 행성을 헤집는 이야기다. 구조 자체는 다분히 전형적인 헐리웃 블럭버스터의 그것을 차용하고 있는데, 전개양상의 완성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말하자면 .. 헐리웃 블럭버스터들이 보여주는 패턴의 원형이자 완성형을 구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전체 시리즈의 첫편이니 이런 안정적인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게 참 전략적으로 멋진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한편 책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최초의 사포를 퇴치한 이후 레사의 활약은 실로 감탄스러운 것이, 이미 관련된 복선과 암시를 철저하게 다 깔아놨다가 그간 깔아놓은 그 모든 장치들을 빠짐없이 차곡차곡 꺼내어 사용하는 모습이 놀랍다.

2권은 전체 세 권중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타입이다. 1권이 섭섭했던건 역시 ' 미워할만한 대상 ' 이 뚜렷하게 없기 때문이다. 사포는 말하자면 일종의 자연재해 같은거라서, 이 무생물에 가까운 무인격의 존재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인간들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놓고 미워하기가 애매한 감이 있다. 그러나 2권에선 구습과 구태에 안주하는 게으른 구시대인들이라는 명백한 적이 있는데다가, 신세대와 구세대간에 벌어지는 미묘하고 복잡한 갈등양상들이 흥미진진하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구시대인들의 캐릭터가 플라르+레사로 대표되는 현대인들에 비해 다분히 단조롭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랄까. 그저 미워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라는 것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 두 그룹 간의 암투가 워낙이 치열하고 미묘하게 잘 묘사되고 있어서, 내용 전체가 1권에 손색없이 빠르게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건 변함없다.

3권은 약간 모호한 느낌이다. 1권이 인간대 사포의 싸움, 2권이 인간대 인간의 싸움이라면 3권은 새시대를 열기위한 준비작업 - 이자 구시대를 재발견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3권에서 강조되는건 그간 그 존재가 뚜렷하긴 했으나 명확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긴 어려웠던 ' 드래곤 ' 자체이다. 변종 백색 드래곤과 그 기사가 다양한 모험들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사실 이 주인공의 성격이 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나름 색다르지만 널리 알려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더한 매력이 있지는 않은 타입이랄까. 전체 줄거리가 깔아주는 그가 처한 환경이라는게 주인공에게 그런 캐릭터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변명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난 확끈한게 좋단 말이지 흐흐흐. 그러나 사회적으로 애매한 지위의 잭섬과, 선천적으로 변종인 그의 드래곤들의 이야기는 말하자면 ... ' 특수한 ' 존재들이 결코 ' 열등한 ' 존재가 아님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풀어가고 있어서 흡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플라르와 레사는 말하자면 전형적인 영웅 스타일인데, 잭섬과 루스는 상궤에서 벗어난 영웅이랄까. 영웅문의 양과랑 비스무레한 느낌이다. 반면 양과는 자신의 특수함과 사회 사이의 갈등을 격하게 풀어가는데 비해, 잭섬과 루스는 요령껏 잘도 비껴간다는 생각 ;;

까놓고 말해서 이 책은 앞서도 말했듯 특이한 소재를 SF스러운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독특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길다란 - 무려 2천페이지에 달하는 듯 한데 - 소설 전체가 재미있을 수는 없다. 쉴새없이 읽어내려가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 작가의 놀라운 필력에서 나온다.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많은 나머지 약간 혼란스럽긴 하지만, 이 소설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진부한 캐릭터는 없다. 소설들을 많이 읽다보면 종종 부딪치는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캐릭터들을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작품들에서 찾게되는거다. 근데 내가 읽은 소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적어도 퍼언 연대기에는 그런 ' 낯익은 ' 캐릭터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물론 겹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자기만의 성격이 있으며, 이는 꽤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음에도 서로 부딪치지 않고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며, 결정적으로 신선한 인물군들이 꽤 있다. 플라르는 일단 전면에 나서는 주인공이지만 3권에 오면 다소 까칠하게도 보인다. 근데 그게 원래 그의 캐릭터다. 레사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데다가 종종 주변 사람들을 화나게 할만큼 성격이 강하고 짙은 여성 캐릭터인데, 이게 또 일반적인 이런 타입의 ' 강성 터프녀 ' 캐릭터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3권의 주인공은 처음에 영웅문 3부작의 마지막에 나오는 장무기랑 비슷한 우유부단한 타입이라고 여겼는데,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잘 보면 그와는 전혀 다른 반항적이고, 독립적인 부분이 상당하다. 오히려 어른들 앞에서는 빙그시 웃으며 ' 신뢰받을만한 ' 인상을 심어주지만 결과적으로 일처리는 지멋대로 하는 타입이다. 어른들에게 신뢰받을만한 인상을 심어준다는건 영악한 냄새를 풍김으로써 결과적으로는 ' 똑똑한데 지멋대로인거 같아 ' 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르다. 말 그대로의 모범생 분위기를 연출하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 시간 패러독스 ' 를 지나치게 억지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시간 패러독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고 손쉬운 해결책이라고 할 때, 책 전체가 그 해결책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 구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딱히 ' 그런 패러독스를 저지르면 안되는 합리적인 이유 ' 같은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아울러 이건 2권에만 국한된 내용이긴 하지만 트컬과 트론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평면적인 악당이라 좀 아쉽기도 하고. 1권의 끝마무리엔 거의 영웅적인 인물로 나오던 이들이 왜 2권에서는 이렇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너무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왕이면 이들의 사고방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하나 넣어줬으면 좋았을 것을. 근데 사실, 읽다보면 사건전개가 워낙이 빈틈없고 완급조절을 잘 하는 덕에, 이런 생각을 할 겨를이 별로 없다. 순수한 독자로서가 아니라 까칠한 소비자로서의 의견이 이렇다는거지.

마일즈의 전쟁도 연대기인데 왜 달랑 한 권만 나오고 후속작이 번역되어 나오지 않는지 불만을 가진 나로서는, 달랑 한권이 먼저 나온게 아니라 3권이 동시에 이렇게 불쑥 나와준게 너무 고맙고 반갑고, 앞으로의 후속작에도 기대만땅. 가격대가 지금수준으로 유지되어준다면 더할나위없겠지만 사실 ... 이거 한번 읽어보면 다음엔 조금 비싸게 나와도 사줄 수 밖에 없지 싶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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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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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챕터별로 만화파트+글파트로 구성되는데, 기본적으로 만화파트는 개괄적인 설명을, 글파트는 만화파트에서 다루기 어려운 좀더 세밀한 부분들 및 관련문헌들의 소개에 할애하고 있다. 글파트만으로도 충분히 내용구성에 무리가 없어보이는데 만화파트를 억지로 집어넣은건 역시 실용적인 이유에서일까? 만화파트가 필요한 이유를 딱히 모르겠다. 심지어 이 만화는 한국의 국방부에서 펴내는 국군홍보만화와 비슷한 수준이라, 별 재미가 없다. 의미도 재미도 없는걸 왜 넣은거야 ...

일본의 왕이 어떤 식으로 날조된 신화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게 근대로 들어서며 어떤 식으로 한번 더 덧칠을 당했고, 그 결과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졌으며 현대에 끼치고 있는 악영향은 어떤게 있나 ... 에 대한 내용이 줄거리다. 남의 나라 얘기라서 한발자국 건너보는 내 입장이라 아무래도 좀 멀게 느껴지긴 하지만, 어떤 부분들은 꽤 흥미롭다. 특히나 내 경험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부분들이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 대가리 박아 ' 의 고전적인 별칭은 ' 원산폭격 ' 이다. 그리고 이것과 완전히 동일한 황군의 얼차려의 이름은 ' 고공폭격 ' 이었다. 내가 고삐리때 많은 선생님들은 ' 정신봉 ' 이라 적힌 매를 들고 다니며 자주 사용하곤 했었는데, 황군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체벌을 가할 때 쓰던 봉의 이름도 ' 군인정신주입봉 ' 이었다고 한다. 이런 류의 유사성을 발견하는게 나름 흥미진진하다. 일제의 잔재의 재확인이라고나할까?

다 읽고나서도 한가지 고개가 갸웃거리는건, 작가가 마치 현대 일본의 만악의 근원으로 천황제를 지목하는 듯 느껴진다는거다. 천황제의 해악이 크다는 점에는 십분 공감하겠으나, 게중 일부는 천황제 이전부터 형성되어왔고, 천황제를 빌어서 폭발했다거나 고착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지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뭐 어떤걸 꼭 찝어서 지목하라고한다면 그냥 이 주장 철회해버리겠습니다 (-_ㅡ; ) 그러나 엄밀히 말해 천황제가 모든 악의 근원이고 이걸 폐지해서 모든 악이 사라진다면, 일본은 캐착한 나라가 되는거? 그건 좀 아닌거 같은 ... 단적으로 대동아공영을 꿈꾸기 이전의 일본은 국내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을 침략하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같은 전쟁을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이건 근대천황제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구.

뭐 옆나라의 사정을 생각할 때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끼긴 한다. 근대 한국 최후의 왕이라고 할 수 있을 박정희 폐하께서 붕어 ( ... ) 하신지 어언 수십년이 흘렀음에도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그분의 그림자를 볼 때, 아직도 생생하게 왕이 살아있으며, 심지어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을 거라는 점이 일본에 끼칠 영향력은 참으로 ... 그나마 우리나라의 박왕처럼 정권을 쥐고 흔들지는 않는다는게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왕을 추종하는 무리와 세력, 사상은 건재하지 않은가 말이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 극우단체 ' 들이 맨날 텐노 헤이까 반자이하는게 이제 우스꽝스러운 조폭들의 바보같은 짓거리로만 보이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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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일본인, 천황, 천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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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2 09:00


POST : 내좆대로 독후감

유곽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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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일종의 기록집착증이라고 할만한 것이, 아주 약간, 있지 않나 싶다. 이상하게 여러가지가 진행되고 풀려나간 정황들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어한다. 일례로 나는 게시판에서 누군가 글을 - 자기글을 - 함부로 막 지우고 하는걸 아주 싫어하는 편인데, 그건 그 사람이 남겼던 발자취가 사라져버리는게 ' 나쁜 '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으므로 삭제하시죠? 라던가 불쾌하니 지워주시죠? 등등의 권고가 ' 지극히 위험하고 불쾌한 ' 발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뭐 집착증이라고까지 말하기엔 그 증세가 경미하므로 사는데 큰 불편을 주는건 아니지만.

그런 내게, 기록되기 어려운 곳에 있는 많은 일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가는건 아주 원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기 머릿 속으로만 기억하되 그중 일부는 편의대로 왜곡되어 있다던가하는 일들은 특히 그러하다. 역시,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내가 지금 즉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이런 일의 예는 우리나라 게임백년사 ( 거창하다 ... 백년 아직 안된거 같긴하지만, 거창해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써보자. ) 같은거다.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게임개발 노력은 소위 1세대 개발자라는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진행되어 지금의 상태로까지 왔는가. 온라인 이전과 이후의 개발자 세대는 어떤 부분에서 단절되어 있고 어떤 부분에서 연계되고 있는가. 우리나라 오락실 시장의 흥망성쇄는 어디에서 발원되어 어디로 흘러갔으며 결국 바다이야기 사태로 거의 종결에 가까운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는가. 용산 전자상가 이전의 세운상가는 어떤 역사를 거쳐 용산에 자리를 내주고 현재의 볼품없는 낡은 건물로 주저않게 되었는가. 등등을 누군가 가지런히 정리해서 누구든지 볼 수 있는 곳에 놓아줬으면하는 간절한 희망도 아마 이런 내 욕망의 일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판단하기에 이런 작업의 난이도가 가장 높은건 역시 첫번째가 정치비사.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지만, 무수한 사건 관련자들이 ' 다른 사람들이 다친다 ' 또는 ' 입다무는게 정의다 ' 라고 생각해서 중요한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밝혀지지 않고 묻혀진다. 그 다음으로 난이도가 높은게 아마도 집창촌과 성매매의 역사일 것이다. 이건 너무나도 음지라서 오히려 아무도 글로 기록을 남기려고 하지 않을 뿐더러, 애초에 이런걸 ' 전체적인 그림으로 ' 그려내고 완성한다는 자체가 지독하게 어려워보인다. 정치비사라면야 대체로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이고 ( 가끔 군부대도 개입되곤 했었지. 요즘은 그러지 않아서 다행 ) 그 주체가 대체로 뚜렷한 편이지만, 집창촌과 성매매는 애초에 조사하는거 자체가 지독하게 어렵다. 이건 원래 음지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서 그렇다.

간단하게 현재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및 성매매 실태를 조사한다고 해보자. 라이트하게는 디댤갤과 딸갤등도 여기에 포함될테고 이런 갤들에서 다루는 컨텐츠가 유통되는 과정도 있을 것이며, 해외에 서버를 두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소라넷같은 사이트도 있다. 소라넷을 통해 얼핏 흘려볼 수 있는 한글 사이트만해도 수백군데. 이들 각각은 물론 다들 각각 다른 형태의 컨텐츠들을 구하고, 가공하고, 판매한다. 이들 사이트에서 수시로 볼 수 있는 ' 스와핑 파트너 구합니다 ' 등의 게시물은 그 수준이 얕은 경우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인조이할 기회를 찾는 것이겠지만, 많은 경우 성매매 영업의 일부를 아마추어로 포장한거다.

성매매는 어떨까? 중고삘들이 뭣모르고하는 원조교제 = 조건만남에서 시작해서 전업형 성매매가 단속을 피해 인터넷을 빌어 하는 경우도 있다. 밤업소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여러 사이트들이 암암리에 밤업소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이 밤업소들의 상당수는 또 직접적인 성매매의 알선허브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 모든 복잡다단한 성매매의 역학구조를 조사한다는건, 아주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이건 ' 현재 벌어지고 있는 ' 일이다. 어떻게든 조사하려고만 한다면 시간과 노력은 참으로 많이 들겠지만 어찌어찌 가능할 법 하긴하다. 근데 여기에 ' 과거사 ' 에 대한 조사가 포함된다면 일거리는 더더욱 늘어난다. 과거사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지 못하고 사라진데다가, 특히나 성매매처럼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의 경우 현저히 더 그러하다. 게다가 드러내놓고 할만한 장사가 아니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이런 과거사 추적을 어렵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려 일제시대 이전의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온갖 자료들을 모으고,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짐작해내고, 짐작된 가설을 뒷받침해줄 증거들을 찾고, 이것이 후대에 어떤 식으로 연관되는 지를 또다시 추적하는 작업을 대략 100여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서 하고 있다. ( 책쓰는데 100년이 넘게 걸렸다는게 아니라 ... ;; )

대략 이 책을 만드는데 들어갔을 노고가 어느정도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근데 안타까운건, 이 책이 갖는 그런 ' 음지의 역사 ' 의 가치가, 책을 읽는 독자가 느낄 재미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건 아니라는 점이다. 대체로 통계적인 자료가 많고 낯선 지명과 고유명사들이 듬뿍 등장하는 이 책은, 솔직히 말해 흥미위주로 읽기에는 쪼끔 무리가 있다. 이런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책을 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성매매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를 많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 성매수를 희망하는 작자들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런데 쓰일법한 가이드적인 정보는 대부분 배재되어 있으므로 기대치마시라. ㅋㅋ ) 적어도 나에게는, 어디가서 또 여기에 대해 잘난척을 하기 위한 출중한 사료정도는 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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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집착증, 성매매, 성매매의 역사, 유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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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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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기사단의 황금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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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빈치코드를 딱히 재미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걸 읽다보니 오히려 다빈치코드가 나름 잘 쓰인 소설이라는게 다가온달까. 사실 다빈치코드의 중심을 이루는 가설은 흔해빠진 음모론들 중 하나라서 좀 시큰둥한 면이 많다. 그럼에도 다빈치코드가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어쩌면 그 뻔한 소재로도 글을 잘 써서일지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이 그렇게 코믹한가하면 그건 아니다. 나름 정갈하고 읽는 맛도 있다. 근데 그게 좀 미묘한 지점에서 어긋난다.

보통 이런 류의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은, 핵심이 되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심이 된다. 어느날 평범한 ( 척 하면서 사실은 몹시 비범한 ) 주인공은 우연찮게 또는 예정된 운명에 의해 어떤 거대한 사건의 중심에 서게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음모가 뭔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걸 발견하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하나둘씩 단서들이 밝혀지고, 나중에 가면 이 단서들이 조합되어 거대한 그림을 그려내면서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라는 줄거리가 보통이다. 여기에서 주인공이 단서를 얻어가는 과정에 적절한 추적과 도망, 액션, 가끔은 무지막지한 살상 등이 개입되어야 보다 자극의 강도가 진해지면서 흥미진진해지는건 물론이다. 이걸 일종의 계단식으로 배치해서, 한 계단을 올라가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 대체로 이런 부분에서 로맨스가 싹터줘야한다 ) 지난 페이즈에서 얻은 단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동안 다시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또 쫓기기 시작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 고비를 넘어서면 다시 한 계단 올라서서 한숨 돌리고 ... 뭐 이런 패턴이다. 주인공이 음모에 말려들기 시작하는 사건의 발단 이후 이런 페이즈를 대략 2-3 개 정도 거치면서 점점 단서들의 수위를 올려가고, 마지막엔 베일을 벗는 비밀스런 수수께끼 !! 라는게 정형화된 구조.

근데 요 책에는 후자쪽의 것들 즉 추적과 도망이나 액션, 유혈낭자한 사건사고 등이 없다. 아마도 이게 다빈치코드와의 중요한 차이점이리라 싶다. 주인공이 도망가는 척을 하긴 하지만 뭐랄까 좀, 싱거운 부분이 있다. 쫓는 자들은 썩 치밀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쫓기는 주인공이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와 신기묘묘한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근데 사건 자체는 이런 추적과정이 싱거운데 비해서 나름 재미있게 진행된다. 다소 엉뚱한 국면에서 나름대로의 반전이 하나둘씩 터져주기는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추적과 도망이라는 일관된 줄기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연결이 잘 안된다는거지만. 아울러 이 과정의 맥락이 제대로 서있질 못하다보니, 로맨스도 상당히 뜬금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아울러 전체적인 주인공의 여정에서 주인공이 캐내는 단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각기 독립적이다. 이 단서를 찾았는가하면 실제로 주인공이 캐내고자하는 비밀과는 관계가 없다. 다음 단락에서 또 다른 단서를 찾았는가하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숨겨진 비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런 단서들이 계속해서 제시되는 가운데 나는 나중에 가면 이 모든 단서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뭔가 굉장한 틀거리가 나오려니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_-

이게 사실 말하자면, 거대한 낚시처럼 느껴진다. 독자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끊임없이 제시되는 단서들을 어떻게든 묶어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나름대로의 가설을 세우면서, ' 그래서 상자에 뭐가 들어있다는건데 !! ' 라는걸 추측해보려고 끙끙댄다. 뭐 그 작업이 여의치 않거나 귀찮더라도, 일단 읽는 입장에서 호기심은 생길 수 밖에 없다. ' 마지막에 가면 이게 뭔지 말해주겠지? 그래서 뭐라는걸까? ' 앞서도 말했듯 읽어내려가도록 이런저런 사건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기는 하기 때문에, 페이지는 잘 넘어간다. 그러나 막바지에 이르러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나면, ' 어 ?!?!?!?! '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주인공이 찾아내왔던 단서들사이의 연결관계가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 뭐 작가입장에서는 각 단서들이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보는 모양인데 ... -_- ) 위에서 언급한 추적과 도망과정의 싱거움은 뭐 그냥 그렇다고 쳐주겠다. 하지만 단서들이 서로 아무런 관련없이 흩어져서 연결이 안되는건 좀 문제가 있지 싶다.

책의 말미에 나온 다빈치 코드와 그 외 몇가지 더 다른 책들 사이의 관계를 둘러싼 글쓴이의 해설을 보니, 이 사람은 소설보다는 오히려 이런쪽의 글들을 더 잘쓰는게 아닌가 ... 하는 의구심도 든다.

** 협찬해주신 멜누님께 캄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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