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전부터 게임의 사운드에 대해서 고민 ... 까지는 아니고 간단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우리나라 게임에서 사운드는, 그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게임 디자인이 사운드를 이용한 플레이에 적합하게 짜여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가 해왔던 게임들 중 화면을 보지 않고 플레이 가능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러나 사운드를 끄고 플레이 가능한 게임은 아무리 박하게 잡아도 절반은 넘으리. 여기서 게임을 구성하는 어떤 요소가, 필수적인지, 보조적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한다. 게임 그래픽은, 좋으면 좋은것이 아니다. 그래픽이 없으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다 = 즉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게임 사운드는? 많은 경우 이는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일 뿐, 플레이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경우는 많지 않다. 사운드에의 의존성이 절대적인 것 ' 처럼 ' 보이는 리듬액션 게임마저도, 사운드 끄고 화면만 보고도 플레이가 ' 가능하기는 ' 하다. 물론 반쪽짜리 게임이 되므로 재미없긴 하겠지만. -_- 그러나 화면을 안보고 음악만 듣고는? 아예 플레이조차 불가능하다. 그래도 화면에서 내려오는 키노트는 봐야하지 않겠어?
고로 이렇게 말해보자. 현존 게임들의 다른 구성요소들은 모두 ' 기능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 로직은 로직대로, 밸런스 테이블은 테이블대로, 그래픽은 그래픽대로 모두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 역할은 모두 기능적이다. 그러나 사운드는 다르다. 사운드는 기능적으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거나, 담당하더라도 그 비중이 적은 편이다. 엡피에스에서 사플 ( 사운드 플레이 :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짐작하여 적의 위치 등을 감지해내는 ... 뭐 그런거임. ) 의 예를 보자. 이런 플레이가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사플이 사실 대중적이고 보편화되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게임을 풀어가며, 일부 고수들이 사용하는 플레이 방법에 불과할 뿐이다. 알피지로 가면 더욱 안드로메다다. 알피지를 플레이하는 유저들 상당수가, 효과음만 켜놓고 백그라운드에서 윈앰프 돌리며 자기가 듣고싶은 음악 듣는다. 그나마도 효과음 없다고 게임을 아예 못하는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기엔 지나치게 맛이 떨어지니 그러는지도.
게임 사운드는 그러므로, 현재로서 기능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다. 아름다운 선율이나 우아한 곡들이 특정한 게임 장면에서 흐르며 우리에게 주는 감동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린 가슴을 지닌 오덕들의 심금을 적시는 명곡들의 대다수가 비주얼 노벨 계열의 게임들에 포진해있는게 결코 우연은 아니다. 단순히 서정적인 음악 또는 사운드만을 감성적이라고 할 이유도 없다. 난폭한 남자들이 즐겨찾는 과격한 게임에서 뼈가 깍여나가고 피가 튀는 가운데 아군의 지원을 바라며 죽어가는 전우들의 비명소리 또한 사운드이다. 즉 게임 사운드는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 기능적인 측면을 확고히 담당하기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에 좀더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게임 플레이를 지속하기 위한 일정 이상의 감성적 반응이 필요한 게임들이 상당수이며, 이런 점들을 본다면 게임 사운드가 담당하고 있는 감성적 역할은 오히려 기능적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앞서 예로 든 리듬액션 게임들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여전히 좀더 극단으로 밀어본다면, 앞서 든 예와 같이, 스피커를 끄고는 게임진행이 가능할지라도 모니터를 끄고도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은 얼마 없다.
한편으로 개발자 중에서도 비사운드 스탭들은, 사실 사운드에 대해서 잘 모른다. 사람의 몸이라는게 감각적으로 시각의존도가 청각의존도에 비해 훨씬 높다. 다시말해 청각은 시각에 비해 덜 발달된 감각이라는 것. ( 심도깊은 생물학얘기는 즐. 일반인 선에서 얘기하쟈 ) 고로 기획자가 기획서를 쓸 때도 ( 특히 나처럼 무딘 귀를 가진 자는 ) 내가 원하는 소리를 구체적으로 캐치하기 어려울 뿐더러, 그걸 남이 알아듣도록 표현하는게 무지 어렵다. 그러므로 기획서는 모호할 수 밖에 없고, 그 반대편의 사운드 작업자는 어떻게든 내 의견을 알아먹고 일을 해야하는데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남이 어떻게 잡아내서 만들 수 있겠어.
고로 인간의 몸은 원래 사운드보다는 비주얼에 민감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게임 디자인은 구조적으로 사운드보다 비주얼에 의해 정보를 전달하는 경향을 강하게 갖는다. 고로 게임 사운드가 그래픽이나 룰보다 더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워보인다.
그러므로 내가 만약 게임을 너무 좋아하고 동시에 음악에 관련된 다양하고 풍부한 재능을 가졌기에 이 둘을 믹스한 작업을 통해 먹고살고 싶다면, 나라면 두 가지 해결 방법을 고민해보겠다.
첫째로 현실의 나와 같은 개싸구려 막귀를 위한 값싼 사운드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공하는데 포커스를 맞춰서 사업을 진행해나가는거다. 다시말해 제한된 스펙내에서 가능한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보자는 것. 이건 사실 사운드 분야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닌데, 제한된 스펙내에서 최대치의 결과를 얻어낸다는건 비단 게임 사운드업이 현재 게임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고려치 않더라도 상당히 중요하다. 고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고사양의 하드웨어를 요구하는건 시장의 요구와는 부합하지 않는다는거다.
사운드 전문가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견해를 내보인다. 보다 풍부하고 폭넓은 사운드를 유저들에게 제공하자는 욕심. 뭐 그거야 디자이너는 제한된 기능만을 갖춘 시스템 만들고 싶지 않고, 아티스트는 기껏 천개쯤 되는 폴리곤으로 캐릭터 베이스 잡으라고 하면 짜증을 내기 마련.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요. 우린 언제나 주어진 스펙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데 힘을 기울여야지, 그 스펙 자체를 확장하려고 노력하는건 글쎄. 생각해보자. 베를린 필 하모닉과 뉴욕 시빌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완성된 배경음악 또는 컷씬 삽입 음악이라고 한들, 유저들은 어차피 5천원짜리 스피커 ( 스테레오나 되면 다행 ) 를 통해 다른 게임들에서 뿜어져나오는 소음 가득한 게임방에서 들을 수 밖에 없다구. 근데 이걸 개선하자구?
말하자면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소스가 후지다고 불평하기보다는 ( 그런다고 더 좋은 식재료가 주어지는게 아닌 이상은 ) 집앞 구멍가게에서 파는 마늘과 파, 배추로 만들 수 있는 요리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는게 더 낫지 않나하는거다.
두번째는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앞서도 말했듯 현존하는 게임 디자인 대다수는 비주얼 의존도가 대단히 높으며, 디자인 자체로부터 사운드 의존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럼 그런 게임을 직접 만드는거다. 기능적으로 사운드의 몫이 무거운 비중을 갖는 게임이 지금은 별로 없다. 그러니 만들면 그만. 예컨데 자막없는 컷씬이 줄줄이 이어지는 게임 .... ( ... ) 이라던가, 그런 음성대사를 알아듣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려운 게임이라던가. 엡피에스의 사플을 극대화해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아주 중요한 게임이라던가 등등등. 뭐 내 조악한 머리로 개발괴발 쓰는 가운데 이 이상의 예를 들긴 어려울 듯 하고.
풍부한 소리가 곁들여지는 감성적인 게임도 좋다. 아름답고 아기자기하며 우아하고 서정적인 게임. 새들이 지저귀고 동네아낙들이 노래하는 가운데 졸졸졸 흐르는 냇물소리를 벗삼아 산책을 나가고, 푸근한 표정으로 장을 보고 돌아오는 아줌마를 만나서 아파트 집값을 어찌하면 올릴지 상의하는 ... 어 ?!?!
뭐 중요한건, 다른 어딜가도 마찬가지지만, 푸념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조건내에서 뭔가 더 개선할건 없는지하는걸 찾아보는거다. 위에 링크한 인터뷰를 하신 분들도, 그리고 지금 게임 사운드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 더 필요하다면 이런게 있삼 ' 하는 취지로 말한거겠지만. 그냥 혹시나해서 ...
게임 전체의 완성도는 양호한 편이고, 나름 신선한 면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2% 부족한 느낌이다. 완성도라는 말이 좀 이상하게 쓰이는 것 같은데, 내가 말하는 완성도는 게임이 기술&디자인적으로 무리없이 잘 돌아가는가 하는거다. 덜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 다 완성된 게임인가? 하는 것. 이 개념을 머리에 심은건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느끼게 했던 ' 마그나카르타 ' 때부터였다. 그 외에 내가 저지른 일도 있으므로 여기에 대해선 (- ㅡ; )
버그가 많고 퍼포먼스가 떨어진다거나 UI가 좆구리게 되어있어 유저에게 불필요한 불편함을 강요한다면 그건 완성도가 낮은거다. 물론 버그없이 잘 돌아가고 퍼포먼스는 납득할 정도이고 UI도 대체로 무난하다면 이건 완성도가 높은거. MS에서 나왔던 던전시즈가 완성도가 높은 게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지 싶다. 그러나 완성도가 높다고해서 그 게임이 ' 재미있 ' 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그저 무난하게 잘 굴러간다는 정도의 의미일 듯. 가끔 ' 높은 완성도 ' 라는 말이 게임이 재미있다는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 난 그렇게 말하지 않으므로 유의. 참고로 내가 기술적 완성도의 최고봉으로 치는건 ' 알탭 ' 을 통해 다른 창으로 오락가락해도 아무런 무리없이 게임이 돌아가는데다가 심지어 그 전환이 빠른 경우이다. 지금껏 여기에 해당하는 게임은 정말 드물게만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블쟈의 게임들은 대부분 이 완성도가 높다.
근데 이 양호한 수준의 완성도가, 게임에 어떤 어드밴티지가 되는가하면, 한동안 캐졀 게임을 안하다가 요즘들어서 좀 해보며 느끼는건데 이제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캐졀 게임이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담보하고 있다. 에어로너츠도, 아스트로레인저도 모두 완성도가 나쁘지 않았거든. 그러므로 완성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건 여기서 득점을 하기 위한 요소라기보다는 감점을 피하기 위한 조건정도 되겠다.
일단 앞서 말한대로 에스포리그의 완성도는 대체로 무난한 수준 = 즉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이다. 그럼 게임은 어떤고하니, 의외로 액션감이 좀 있다. 고전적인 엡피에스들은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는건가? 킬데스 항목이 보여주는 수치라던가 게임의 형식, 레벨 디자인 등등은 기존 엡피에스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플레이 자체는 스텔스나 칼질, 이중점프 등을 통해 보다 액션에 가까운 형태가 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 팀포투랑 비스무레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물론 둘을 비교하자면 팀포투가 압도적으로 승리 -_- 이지만, 에스포리그는 뭐랄까 그 ... 팀포투와 ' 경쾌함 ' 이라는 요소를 공유하는 가운데 서로 별개의 경쾌함을 추구하는 느낌이다. 걍 단순하게 말하면 팀포투는 양키삘의 호쾌한 액션, 에스포리그는 니뽄삘의 아기자기한 액션이라고할까.
에스포리그의 무기 가짓수는 당연하게도 팀포투에 비해 다양하지 못하고, 그 사용법도 팀포투처럼 막지르기 = 조준의 중요성을 희석시키기보다는 여전히 조준의 중요성이 나름 비중있는 편이다. 게다가 센트리건 같은건 살짝 참조(?!)한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레벨 디자인의 ... 말하자면 풍요로움 덕택에 이런 부분들이 일정 수준 상쇄되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팀포투의 레벨디자인은, 그런 고수들의 작업물을 감히 내가 평가하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기존 레벨 디자인을 좀더 정교화한 스타일이다. 즉 정석에 따르되 고득점하는 방향?
그러나 에스포리그는 게임 자체가 각종 ' 부숴지는 장애물 ' 들을 기반으로 성립하고 있어서인지 비교적 파격적이다. ( 이런 얘기하면 꼭 튀어나와서 그런거 다른 게임에도 있삼 하는 사람들 있는데 난 이게 처음이라고 !! ) 예컨데 날개달고 지붕위에 올라가서 아랫것들 (!) 조지고 있다보면, 내가 디디고 선 지붕의 아래에서 어떤 자식이 날 쏴서 지붕을 깨고 날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식이다. 길거리에 상자가 여러개 쌓여있어 그 뒤에서 게걸음샷을 하고 있노라면 어떤 자식이 이 상자를 왕창 부숴버려서 내가 뻘쭘해지는 상황도 여러번. 레벨 전체에서 이런게 자치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 부숴지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면 맵 전체의 절반이상은 비어버릴듯? ) 의외로 쏠쏠하다.
게다가 심지어 유저가 직접 장애물을 설치할 수도 있다. 원하는 장소에 앞서 말한 일종의 상자 같은걸 설치해서 은폐엄폐물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는거. 아직 쓰는 사람이 별로 많아보이진 않더만, 구석진 곳에 이런거 싹 하나 설치해두고 틈새로 딱콩딱콩 쏘는 것들 얄미워 죽겠는데, 그 틈새로 나도 총알을 박아넣자니 내 조준실력이 그정도는 안되고 결국 이걸 부숴야하는게 꽤 짜증난다 = 반대로 게임 요소로서는 흥미롭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내 캐릭터의 행동이 별로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좀 받았다. 내가 아직 게임에 익숙하지 못해서 = UI를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처음엔 탄창 갈아끼우는 것조차 지금 이게 갈아끼우고 있는건지 마는건지 헷갈리더라. 아울러 대략 30시간 남짓 플레이한 지금도, 무기전환이 언제는 되고 언제는 안되는지 갸우뚱하다. 피격당했을 때는 무기전환이 안되나? 무기전환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정도인가? 등등이 잘 체감되지 않는다.
아울러 ' 잔소리 피드백 ' 이 약하다. 잔소리 피드백이 뭐냐면, 유저가 어떤 행동을 시도했을 때 그 동작을 지금 당장 수행할 수 없다면, 왜 안되는거라고 안내해주는거다. 예컨데 내가 총에서 칼로 무기를 바꾸려고 하는데 그게 지금 당장 안된다면 ' 스턴에 걸려서 지금 당장은 무기전환이 안됨미다 니마 ' 라고 얘기를 해줘야하는데... 그런게 없다는 뜻. 화면 가장자리에 조그마한 아이콘이라도 만들어서 이런거 표시해주면 좋을텐데.
마지막으로, 네오위즈 게임들 다들 미친거 아닌가 싶은데, 왜 캐릭터 삭제가 안되는거야? 퍼펙트 케이오도 그렇고 에스포리그도 그렇고 캐릭터를 한번 만들면 지울 수 있는 방법이 ' 없다. ' 처음에 남캐로 만들었다가 생긴게 생각보다 마음에 안들어서 여캐로 바꾸려고 했더니 캐릭터를 지울 수가 없다. 5레벨까지 키우면 새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데, 이 방법을 통해서만 내가 처음에 저지른 실수 = 원치 않는 캐릭터 생성을 만회할 수가 있다. 캐릭터 생긴걸 바꾸지 못하게 할거라면 모든 전적을 초기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캐릭터 삭제는 지원해야하는거 아냐? 지금으로선 지우려면 다른 계정을 만들어서 새 아이디를 받는 수 밖에 없다. 다들 쳐 돌아버린거야? 세상에 할 게임은 많고, 시자하자마자 마음에 안들어버린 캐릭터를 억지로 5렙까지 키울 의향은 없다. 하다못해 캐릭터 만들기 전의 상태 ( 전적 초기화 기타등등 ) 로 돌아갈 기회는 줘야지.
게임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정한 도식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많은 게임들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것은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게임 플레이의 흐름을 설명한 그림이다.
과제의 제시
일단 과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직접적으로 ' 미션 : 닌 이제 저기저기로 가라 ' 라고 제시하든 아니면 게임의 내용 상으로 주인공이 실종된 여친을 찾는 중인데 여친의 마지막 기록이 ' 용삼 전자상가에서 친구 만나기로 함 ' 으로 쓰여있어서 용삼 전자상가로 가게 만들든지 ...
한편 과제를 제시함과 동시에 가급적 과제를 클리어하기 위한 힌트를 흘려주는게 좋다. 앞서의 예를 이어보자면 ' 미션 : 닌 이제 저기저기로 가라 ' 라고 쓴 후에 ' 참고 : 그 지역은 부근에 성욕에 굶주린 치한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음 ' 이라는걸 보여줘서 ' 가면서 치한을 만날지도 모르게끈 '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줘야 한다. 그럼 치한대비용 전자봉이나 후추총 또는 함께 즐기는 채찍 아이템 등등을 구비하게 되는거다.
전략 수립
자 그럼 플레이어는 이제 내부적으로, 이 과제를 클리어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한다. 실종된 여친의 흔적을 찾아 용삼 전자상가로 가는게 과제라고 해보자.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걸어갈건지, 자전거를 빌릴건지, 지하철을 탈건지, 지나가던 자동차를 세운 후 뺏어타고 갈건지 등등. 당신이라면 뭘 고르겠는가. 나라면 단연코 지티에이식이지 예아 붸뷔~ 이것이 전략의 수립이다.
전략 실행
그러나 전략은 아직 계획이다.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말씀. 이제 전략을 세웠으므로 실행해보자. 물론 나는 지티에이식 작전이다. 길가던 차를 세우기 위해 차 앞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달리는 자동차를 가로막는건 넘흐나 무서운 일이었다. 그래서 난 차가 가까이 오기도 전에 도로에서 튀어나와 인도로 다시 돌아갔다. 무서운걸 어찌해 ㅜㅜ
이 경우는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지 않은거다. 전략은 구상과 실행으로 나뉜다. 앞서 내가 ' 차를 빼앗아 타고 용삼 전자상가로 이동하자 ' 라고 결심한게 전략의 구상. 그리고 실제로 차를 빼앗기 위해 노력한 것이 전략의 실행. 그러나 실행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므로, 다시 전략의 실행으로 돌아가야 한다. 즉 다시 차를 빼앗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 차를 빼앗는데 성공. 신호대기 중인 차에 다가가 태연하게 문을 열고 운전자를 끄집어 낸 후, 차를 몰고 현재 지역에서 벗어나버렸다. 전략의 실행에 일정 부분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전략은 ' 용삼 전자상가로 이동 ' 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는데 퍼펙트하게 적용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내가 차를 탈취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냅다 경찰에 신고해버렸다. 그래서 경찰차가 출동, 내 차를 추격해오고 있다. 나는 슈마허의 머리끄댕이 잡고 훈계할 정도의 운전실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몰고 있는 차는 후져빠진 기종이었던 덕분에 경찰에 체포되어버리고 만다. 이 경우는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차를 탈취하면, 반드시 경찰차가 따라와서 체포하므로, 이 방법으로는 용삼 전자상가까지 갈 수가 없다. 따라서 이 단계는 ' 전략은 성공적으로 실행하였으나 과제를 클리어하는 데는 실패한 ' 케이스이다. 이는 즉 ' 전략 자체에 오류가 있음 ' 을 말하므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보상 획득과 새로운 과제 제시
이번에 나는 그냥 편하게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지하철 표를 사고, 지하철에 탑승해서, 무사히 신용산역까지 이동하는데 성공했다. 신용산 역에 내리니 여자친구의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약간의 경험치를 얻고, 득템을 했다. 이것이 보상 획득. 그리고 여자친구의 친구는 ' 여자친구와 방금전까지 함께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더니 급한 일이라며 사라졌다 ' 라고 말해준다. 한편 그 친구는 말하길 ' 여자친구가 사라지기 직전 자기 전화는 빠떼리가 나갔다며 내 전화로 건 번호는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 라고 한다. 이 전화번호에 대해 알아내는게 새로운 과제이다.
게임의 흐름과 과학적 방법론
흥미로운건, 이 모든 과정은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과정과 똑같다는거다. 어떤 현상이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이유를 밝혀내는게 과제. 과제를 풀기위한 전략수립은 가설을 만드는 것과 같다. 가설이 만들어졌으면 이를 실험해야 한다. 이것이 게임으로 말하자면 전략의 실행이다. 그러나 실험실의 조건이 열악하다거나 특정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실험은 실패하기도한다. 이는 물론 전략의 실행실패에 해당한다. 한편 모든 조건이 만족스러운 상태로 실험은 성공하였으나, 결과값은 기대값과 달랐다. 이 경우는 가설에 오류가 있음을 말한다. 게임으로라면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거다. 그럼 다시 가설수정 = 전략 수정. 그리고 그 가설이 옳았음이 입증된다면 다른 과학자들도 다들 한번씩 따라해보며, 모두 그 전략 ( 가설 ) 을 통해 과제를 해결 ( 현상을 설명 ) 하는데 성공할 경우 ' 오오 본좌 오오 ' 라며 명성 ( 보상 ) 을 얻게 되는거다. 즉, 게임을 하는건, 과학의 방법론을 배우는 겁니다 여러분. 장래에 과학자가 되고싶다면 부지런히 열심히 게임을 합시다.
하지만 ... 솔직히 말해볼까? 이공계 나오면 밥벌어먹고 살기 존나 힘들다. 게임같은거 하지말고 과학적 방법론은 머리에서 소거한 채 걍 착실한 직장생활을 설계하는게 바람직하고 무난하다. 물론 이 과학적 방법론이라는게 단지 ' 과학할 때 ' 만 쓰는게 아니라 ' 어긋난 니 인생 재설계 ' 하는데도 아주 강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건 간단히말하면 시행착오로부터 뭔가를 배워서 자기반성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기도 하거든.
아무튼 결론은, 우리 꼬맹이적에 오락실 벽에 참 조악한 솜씨로 쓰여있었던 ' 지능계발 ' 이라는 문구는 오락실의 열악한 인테리어와 맞물려서 무척이나 궁상스럽고 안쓰러운 변명처럼 들렸겠지만, 게임을 하는건 실제로 지능계발효과 - 라기보다 엄밀히 말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을 몸에 익히는 것 - 가 있다는거다.
**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세상엔 이와는 다른 흐름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들이 오지게 많다. 그리고 그들 게임들 중 상당수는 ' 게임뇌 ' 라는 무서운 상태로 사람을 몰아가기도 한다. 그러므로 게임을 잘 고르는 일은 확실히, 중요하다.
어찌되었건 엠엠오알피지가 서비스한지 수년을 넘어가면 이제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인플레이션. 두번째는 신규유저와 기존유저사이의 격차 확대. 두가지로 보이지만 사실은 한가지뿐이 아닌가한다. 게임내의 반영구적 세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면서 쌓여온 가치들 중 채 소화되지 못한 것들 ( 노폐물이라고 부르면 이상하려나 ) 이 문제를 일으키는거다. 그게 게임화폐로 나타나는게 인플레이션이고, 그게 캐릭터의 레벨이나 장비수준으로 나타나는게 신구유저사이의 격차다. 알피지라는거 자체가 자신이 플레이하면서 쌓아나가는 가치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재확인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게임이고, ( 역할놀이론 즐 ) 여기에 엠엠오알피지는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경로들 중 하나로 ' 타인과의 비교 ' 를 제시하는거고, 그게 워낙이 강력해서 이 장르 자체가 성립하고 있는거라, 어찌되었든 뭔가가 계속 커지고 ( 레벨 ) 강해지고 ( 장비 ) 많아지는 ( 돈 ) 것만은 피할 수가 없다.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수시로 ' 넌 몹보다 강해 ' 라던가 ' 넌 남들보다 강해 ' 하다못해 ' 넌 남들보다 강해질 수 있어 ' 라는 확신을 끊임없이 심어줘야 한다. ( 그러나 이건 가장 강한 동인의 하나일 뿐, 이게 엠엠오알피지를 플레이하게 만드는 유일무이한 동인은 아니라는건 일단 짚고 넘어가자 )
그리고 그런 작용들이 수년간에 걸쳐 누적되면 계(界)가 피로해지는건 어쩔 수 없는 일. 그 피로가 바로 신구유저의 격차다. 이걸 줄여주지 않으면 몹시 곤란한 일이 생기는데, 앞서 말한 ' 넌 남들보다 강해질 수 있어 ' 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저 개폐인들이 하루에 15시간씩 게임해서 이미 2년이 지났는데 이제 막 시작한 내가 직장 다니면서 하루에 4시간씩 게임해서 저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 어림없는 소리. 처음에야 남들 안보고 그냥 게임이 재미있어서 한다고해도, 어느순간 남들이 그간 누적해온 가치와 내가 지금 가진 가치, 그리고 그 둘을 비교해보면 모든게 무상해진다. 한번 무상해진 그들의 심리는 ' 그래봐야 이게 게임 나부랭이인데 열심히 한다고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 ' 하게되고, 곧 접는다.
그래서 중요한건, 오래된 게임이 끊임없이 신규유저를 끌어모으기 위한 적절한 조치는, 언제든 ' 최선두 유저와 신규 유저 ' 사이에 ' 따라잡을 수 있을 듯 보이는 ' 간극을 만들어주는거다. 근데 이게 사실 만드는 입장에선 미묘하게 어렵다. 어찌되었든 하루에 15시간씩 게임하는 놈들의 발목을 붙잡아두고 그 사이에 하루에 기껏 3-4시간 하는 놈들을 빨리 키워주는게 쉬울 리가 없잖은가. 자고로 ' 적당히 ' 라는게 가장 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럼 엠엠오의 모범답안 ( 언제나 그러하듯 피비피계에서는 제외 -_- ) 인 와우는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1. 선두유저 대상 컨텐츠는 플레이의 질이 중요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난이도가 높아야하고,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를 클리어해야만 보상을 얻게 해야한다는 거다. 이게 싱글게임이라면 이런 구조는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위험한 요소가 될 것이다. 유저에게 게임의 모든 컨텐츠를 즐기게 해줘야 할 마당에, 실력이 딸리면 구경도 못할 컨텐츠가 존재한다는건 좋은 스탠드 얼론 게임의 조건으로는 실패다. 그러나 와우는 엠엠오형식의 게임이고, 이건 파티플레이가 가능한 건 물론 반쯤은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일정이상의 난이도를 갖더라도 무방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식으로 회피하거나 ( ㅋㅋ )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돌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행착오는 많이 겪겠지만. 오늘도 내일도 캘타스며 바쉬며 일리단에게 해딩하는 무수한 공대들을 보라. 결국 이 컨텐츠에서는 양보다는 질이다. 양적으로 많이 플레이하기보다, 질적으로 높은 플레이가 요구된다는거다.
근데 그러면 웃기는 결과가 예상된다. 질적 컨텐츠가 요구하는 플레이 수준이 처음에는 낮았다. 첫 레이드 인던의 보스는 그럭저럭 어지간한 애들이 모이면 다 깬다. 그러나 그 다음은 조금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 다음은 조금 더 어려워진다. 이런 식으로 쭉 나가다가는, 몇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 초절정 고수들이 모두 모인 공대 ' 가 아니면 클리어 불가능하게 되는거다. 정말 그럴까? 실제로는 이렇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이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플레이 난이도 자체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게 아니라 플레이 패턴을 다르게 함으로써 거기에 얼마나 익숙하고 능숙한가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각 레이드 인던의 보스들은 모두 서로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 중 어떤 놈은 남들보다 조금 더 어려운 패턴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남들보다 조금 더 쉬운 패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 다른 패턴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파악하고, 공략법을 고안해내고, 이를 숙달되도록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클리어하는거지, 결코 개개인의 개인기를 높이거나 팀웍이 선형적으로 상승함으로써 최상위 컨텐츠를 클리어하는건 아니다. 그리고 진짜 이유 두번째는, 저어어어기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2. 후발유저 대상 컨텐츠는 플레이의 양이 중요하다.
2.3패치에서 내가 감탄한게 그거다. 이전에는 영던을 존나게 다녀도 필요한 아이템이 나와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이건 일종의 운에 맡기는 형식이다. 내 경우 영던은 아니지만 용자 어깨 먹자고 고난의 거리 확고찍고도 십수번을 더 미궁을 가서야 간신히 용자어깨 먹을 수 있었다. 이런니미씨발블리자드 미궁가서 용자어깨 안줄 때마다 얼마나 쌍욕을 해댔는지. 그러나 2.3이후로는 정의의 휘장을 부지런히 모으면 어떻게든 레이드 진입을 위한 아이템 구입이 그럭저럭 가능해진다. 선두유저들이 레이드 트라이에서 미친듯이 영약과 비약과 물약을 소모해가며 레이드 보스몹잡을 때, 라이트 유저들은 퇴근후 샤워하고 나와서 영던돌며 휘장 3-5개쯤 꾸준히 모아 에픽템 구경정도는 할 수 있는거다. 안그래도 확팩 자체가 상당히 라이트유저를 배려하는 형태였는데, 2.3패치는 확팩 이후 누적된 신구격차를 한번 더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중요한건 우선 이 컨텐츠는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의 여부보다는 반복횟수에 의해 보상을 얻게해야한다는거다. 사실 영던가면 시간이 얼마냐 걸리느냐가 관건이 될 뿐, 아예 클리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는 많지않다. 심지어 영던출입자격이 각평판 매우 우호적에서 우호적으로 바뀐 이후 = 아이템 수준이 영던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사람이 영던을 갈 수 있게 된 이후로도 그렇다. 대신 정의의 휘장을 모으기 위해선 영던을 ' 많이 ' 가야한다. 플레이의 질보다는 양이 중요시되는 것이다. 질도 물론 좋으면 좋다.
아울러 양이 중요시되는 구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속도조절이다. 영던 출입제한 ( 같은 영던은 하루에 한번뿐. ) 과 휘장의 갯수 간의 상관관계를 보면, 퇴근후 와우하는 직장인들은 열심히 해봐야 일주일에 에픽하나정도 먹는게 전부다. 이정도 속도라면 선두유저와의 격차가 지나치게 빨리 줄어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버릴 이유도 없는 상황이 된다. 당연히 이건 게임을 계속하게 하는 동인이다.
3. 파밍컨텐츠와 트라이컨텐츠는 상보적이다.
정리해보자. 선두유저 대상 컨텐츠는 ' 트라이컨텐츠 ' 라고 부르기로 했다. ( 나 혼자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 ) 트라이컨텐츠의 특징은 높은 난이도를 가졌다는 것. 그러므로 잦은 빈도로 실패하는 구성을 지니고 있고, 성공해야만 보상을 얻는 구조라는 거다. 플레이의 양보다는 플레이의 질이 중요하다. 반대로 후발유저 대상 컨텐츠는 ' 파밍컨텐츠 ' 라고 부르기로 했다. ( 마찬가지로 나혼자. ;; ) 파밍컨텐츠는 기본적으로 실패확률이 높지는 않다. 그렇다고 아예 없어서도 안되겠지만. 아울러 파밍컨텐츠는 플레이의 질이 좋으면 좋긴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양이 중요하다.
앞서 나는 트라이컨텐츠에서 중요한건 플레이의 질이라고 말했다. 또한 파밍컨텐츠에서 중요한건 플레이의 양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 유일한 필요조건 ' 은 아니다. 예컨데 우리공대가 요즘 캘타스에 헤딩하고 있다고 해보자. 캘타스는 이 시점에서 명백한 트라이컨텐츠이다. 그러나 우리 공대는 3주째 계속 실패를 하고 있고, 여전히 우리 공대의 질적인 수준은 썩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양적인 방향에서 돌파가 가능하다. 더 많이, 더 자주 캘타스에 헤딩함으로써 캘타스를 잡는 요령을 모든 공대원들이 속속들이 파악하게되며, 아울러, 폭풍우 요새의 캘타스가 아닌 다른 보스몹들을 파밍함으로써 장비의 수준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즉 질적으로 일정 이상의 수준에 도달할 것이 요구되긴 하지만, 양적으로 많이 시도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게 되는 것. 일리단의 말마따나 준비 안 된 자들이 헤딩을 거듭하면서 준비 된 자들로 거듭나는 것이다.
반대로 파밍컨텐츠에서도 이는 동일한데, 파밍컨텐츠라는건 양적으로 많이 도전하는게 중심이 된다. 그러나 비록 장비는 안될지언정 뛰어난 팀웍과 반사적인 임기응변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라면,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파밍이 가능하다. 으스러진 전당 일반을 클리어할 때 어리버리한 작자들과 함께가면 2시간이 걸리지만, 개념있는 광딜러들과 함께가면 40분에도 클리어가 되는거다. 똑같은 2시간동안 누구는 으손을 1번 클리어하고, 누구는 으손을 3번 클리어한다. 질이 나쁘면 양으로 커버하고, 양이 나쁘면 질로 커버하는거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커버일 뿐, 결정적인 요인은 되지 못한다.
즉 애초에 파밍컨텐츠와 트라이컨텐츠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하나의 컨텐츠가 누군가에게는 파밍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게는 트라이의 대상이다. 파밍을 기반으로 마련된 물적인 요소가, 트라이에서는 토대가 된다. 아무리 날고기는 컨트롤과 팀웍의 공대라고해도, 갓만렙 캐릭들로만 일리단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 이 둘은 서로 맞물려가며 보완관계를 형성한다.
이게 잘못 구성되었던 대표적인 사례가 저 악명높은 공대파괴자들 중 하나인 안퀴라즈 사원의 ' 쑨 ' 이다. 구조적으로 뭔가 좀 잘못된게, 지금까지 설명해왔듯 질적으로 쑨을 클리어하기 어려운 공대가 양적으로 꾸준히 트라이를 하다보면 장비가 향상되면서 점점 더 상대난이도가 내려가는 형태가 되어야한다. 그러나 쑨의 경우 사원에서 먹는 아이템들이, 쑨을 공략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 경우 양적으로 아무리 많이 플레이하더라도, 쑨을 클리어하기 위한 요소들이 나아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공대의 ' 절대질 ' 을 시험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게 또 오죽 높은게 아니기 때문에 무수한 공대들이 쑨에게 개기고 또 개기기를 몇달을 거듭하다가 결국 짜증내면서 파괴되고 말았던 것이다. 트라이컨텐츠와 파밍컨텐츠가 맞물리는 지점이 파괴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수한 공대를 파괴하고 말았다고할까.
기억하나요 녹광크리?
4. 선두 유저들에 대한 제동장치
열심히 썰을 풀다보니 그만 얘기가 곁길로 빠진 감이 있는데 본론으로 돌아와서 ;; 속도 문제를 살펴보자. 만약 트라이컨텐츠의 난이도가 존내 쉬워서, 첫트라이에 막 깨버리고 이러면 일단 게임을 만드는 자들이 맨날맨날 야근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미친듯이 새 컨텐츠를 내놔야하기 때문. 그렇다고 난이도가 미칠듯이 높아서 밸라스트라즈처럼 엽기적이 되어버리면 또 이를 극복하지 못한 자들이 속출하고, 결국 이 컨텐츠는 악명높은 공대파괴자가 된다. 그럼 얘들을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까.
앞서도 말했듯 트라이컨텐츠가 필요로하는 질적인 요소들은, ' 양적인 요소 ' 즉 파밍컨텐츠의 보조를 필요로한다. 그럼 답은 나온거지. 아무리 질적으로 높은 플레이를 하는 애들도, 숫자로 밀어부치는데는 답이 안나온다. 보스몹이 양적으로 엄청난 강함 - 굉장한 공격력, 굉장한 체력, 엄청난 숫자의 쫄몹 스폰 등등 - 을 자랑하게 하는거다. 대신 이 보스몹을 잡으러 가는 길에 잡아야하는 길몹들이, 엄청난 장비도 드랍한다. 물론 그 중간에 있는 애들의 난이도는 너무 높지 않게. 그럼 얘들이 막보스까지는 그럭저럭 수월하게 갔다가, 막보스에서 급좌절. 그리고 다음주에 또 트라이. 그러나 또 실패. 그리고 다음주에 또 트라이. 그리고 다시 실패. 그러나 이걸 거듭하는 와중에 중간보스&길몹들에게 엄청난 성능의 장비들을 갖추게되고, 이걸 기반으로 막보스를 클리어하게 된다는 시나리오. 즉 트라이컨텐츠를 업글하기 위한 절대시간을 설정한다. 라는건 원래 트라이 컨텐츠의 영역이어야 할 부분을 파밍컨텐츠 의존도가 높게 바꿈으로써, 일부의 선두 유저들이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로서 선두유저들에 대한 제동장치가 생겼다.
5. 후발 유저들에 대한 가속장치
그러나 단지 앞서가는 유저들의 진도를 늦추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뒤에 있는 유저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유저들이 선두유저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해 적용되는 가속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와우가, 특별히 2.3 패치에서 사용한 가속장치는, 파밍구조의 변경이다.
이전의 파밍구조에서 아이템은 무조건 랜덤드랍이었다. 게임에 ' 랜덤 ' 이 필요한 이유는 구구절절히 설명하기 귀찮으니 일단 넘어가고, 이렇게 랜덤으로 무언가를 설계했고, 그것이 ' 필수적 요소 ' 일 경우 때로 곤란한 일이 생기는데, 기준점을 충족시키기는 시간이 누군가는 운이 좋아 짧은데 비해 누군가는 운이 나빠 길게 늘어진다는거다. 오래전 오리때 화심에 가기위해 맞춰야했던 화염저항 최저선을 대충 250 정도라고 쳐보자. 오만가지 인던과 필드에서 드랍되는 화저옵이 붙은 아이템을 이리저리 긁어모아야만 가까스로 250을 맞출 수가 있었다. 여기서 하나라도 빠지면 화저 250이 안되고, 화저 250도 안되는 사람은 어떤 공대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 당시 귀족사제들은 예외 -_- ) 화저를 맞추기 위해 하염없이 파밍하지만, 하염없이 안나온다. 이건 즉,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기존 컨텐츠의 파밍에 시간이 오래걸리고 지겨워진다는 얘기다.
2.3 패치로 돌아와서, 이번 패치의 특이한 점은 ' 정의의 휘장 ' 이라는걸 모으면 영던이나 저수준 레이드를 다니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이템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거다. 그리고 정의의 휘장은 랜덤이 아니다. 영던가서 보스몹 잡으면 무조건 하나씩 준다. 이전에는 선형적이라고는 해도 불규칙한 선을 그리던 아이템 파밍 그래프가, 이제는 완전히 직선이 되었다. 이전에는 영던을 하염없이 돌며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야했다. 지금은 영던을 꾸준히 돌며 정의의 휘장을 모아 안정적으로 아이템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한다. 그리고 이전에는 '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던 ' 아이템 드랍이, 이제는 일종의 ' 뜻밖의 부가적 이벤트 ' 에 좀더 가까워졌다. 이전의 아이템 파밍이 다소 불안정한 측면을 가지고 운에 기대야만 하는 요소였고 그렇기에 평균적인 파밍시간이 좀더 길었다면, 이젠 최저선의 보상 ( 휘장템 ) 이 생김으로써 이들의 파밍구간이 좀더 가속되는 것이다.
6. 그러므로
그러므로, 와우는, 앞서가는 유저들을 좀 억누르고 뒤따르는 유저들을 좀더 독려함으로써, 보다 라이트한 유저들에게도 다양한 할거리를 주는 훌륭한 게임이라는 와우빠의 결론. 근데 이게 사실 앞선 유저들에게는 불공정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와우에선 언제나 최선두 유저들이 어렵사리 얻은 아이템을 후발주자들은 그보다 좀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게 확팩 출시직후 골수 레게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던 불만들이다. 그들의 낙스템은 확팩 이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고, 유저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유저들이 전체 유저에 비해 극소수임을 감안한다면 ( 낙스 구경도 못해본 유저들이 낙스 클리어한 유저에 비해 압도적 )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들이 쌓은 명성 ' XXX 공대는 낙스 완전 클리어했다네 ' 와 그에 따르는 선망의 눈초리 ' 님 제발 님네 공대 자리나면 저좀 데려가삼 ' 만이 보상일지도. ( 그리고 이건 캐쥬얼 게임스러운 보상인데? ) 그러나 전체적으로 와우 자체가 한번 지존이라고해서 언제까지고 지존일 수는 없으며, 마치 자전거를 타듯 꾸준히 페달을 구르지 않으면 언제고 넘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런 구조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글의 가장 앞에서도 말했듯, 둘 사이의 격차를 적절히 해소하지 않는 이상 게임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더 결정적인 이유는 유저들이 계속해서 열심히 게임을 하도록 만드는거지만 ;;
이제 막공이라던가 골팟 등등의 다른 흥미로운 현상들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할 차례이지만 이제 약간 지쳤으니 막공과 골팟 얘기는 나중에 ... 근데 뭐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써놓고 읽어보니, 남들 다 아는거 괜시리 아는 척하며 한번 더 얘기한거에 불과하군 -_-
최근 게임계의 추문이라면 역시 아이엠씨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 개발자가 장기간에 걸쳐 개발자전용 장비&소모아이템 등을 사용하며 유저들을 좆바르고 다녔던 사건과 더불어, 던파의 복사파문이 있다. 난 원래 게임 운영상의 미숙한 부분들에 대해 지적하는건 좀 삼가는 편인데, 한국의 소비자들이 확실히 다른 나라의 소비자들에 비해 조금 더 까칠한 부분이 있고, 그렇기에 운영에 대한 불평의 일정 부분은 그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근데 색다른 점을 발견.
여기서 보면 중간쯤의 그림에 ' 최근 3개월간 거래건수 4725건 ' 이라고 적혀있고, 이 ' 작업 ' 이 9월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버그이용자가 버그를 이용해 대량의 게임머니를 복사하기 시작한 시기가 9월부터라는거다. 거래량을 보면 10월에 비해 9월에 거래한 것이 대략 절반정도. 따라서 늦어도 대충 9월 말경부터는 이 작업 즉 " 버그를 이용해 게임머니를 대량으로 복사 "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략 한달가까이 이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
근데 네오플은 이걸 왜 몰랐지? 원래 대다수의 ' 개념있는 ' 게임회사에서는, 게임 내의 변동사항을 민감하게 파악하기 마련이다. 원래는 RPG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거지만 보통은 캐쥬얼 게임에서도 다양한 게임내 수치들을 모니터링 하는건 ' 상식 ' 이다. 게임내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아이템들의 종류와 갯수가 일정한 기간내에 얼마나 증감했는가, 유저들의 상태 ( rpg로 말하자면 레벨 등 ) 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등등등등.
예를 들자면, 짧은 주기로 봐서 동접수는 보통 화/수요일에 바닥을 찍고 주말을 향해가며 점차 증가, 주말에 피크를 찍은 후 다시 화/수요일을 향해 바닥으로 간다. 긴 주기로는 대체로 방학 때 유저수가 증가, 학기중에 감소. 등등등. 이에 따라 하루동안 게임 내에서 생겨나는 게임머니의 양은 어느정도이고, 이게 특이하게 늘거나 줄었을 때 시기적인 요인이나 이벤트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 ( 예컨데 월드컵 한일전이 주말에 있다고 하면, 이날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평일에 비해 동접 및 게임내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 를 검토하여 보정치를 적용, 정상에서 벗어나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식이다.
여기서 좀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하루동안 가장 많은 레벨을 올린 유저, 가장 많은 퀘스트를 클리어한 유저, 가장 많은 돈을 번 유저, 가장 오랜동안 플레이한 유저 등등의 자료를 1위부터 수백위에 이르기까지 뽑아내는 것도 물론 가능.
다시 던파 얘기로 돌아가서, 위에서 본 사진으로 판단하건데 이 유저는 버그복사가 발각되기까지 ( 그것도 누군가가 소문을 내는 바람에 들통남 ) 한달 이상의 기간동안 맹렬하게 아이템을 복사하고, 게임머니를 만들고, 이 게임머니를 아이템 현거래 사이트에 갖다 판 것으로 나온다. 근데 사실 이정도의 활동을 하면, 내 생각엔 운영진의 게임상황 모니터링에 걸려야 한다. 이 유저가 워낙이 치밀해서 여러개의 캐릭터를 나누어서 동시에 돌렸다고하더라도, 몇주만에 몇천건의 거래가 성사될 정도의 액수가 풀렸다면 당연히 모니터링에 걸렸어야하는건데 ...
그렇지 않았다는거지. 이 상황이 발각된 경위가, 게임 운영진의 기술적인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복사유저 또는 그걸 아는 유저가 소문을 냈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라고 한다면,
네오플은 아예 게임내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지 않다는 얘긴가 !!
어헐 이건 좀 매너가 업ㅂ군요. 다음에 던파의 버그복사를 발견하면, 다른 유저에게 걸리지만 않게하면 천년이고 만년이고 이용해먹는게 가능하다는 얘긴데, 이건 암만봐도 좀 심하다. 지금이 20세기도 아니고 말야. 무려 21세기가 된지 6년이나 지난 시점에 이렇게나 잘나가는 게임을 이렇게나 관리안하다니, 나름 대단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