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꽤 산만하게 시작한다. 각각의 챕터는 주연급 인물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초반에는 이 인물과 더불어 그/그녀를 둘러싼 다른 조연급 등장인물들도 한꺼번에 우르르 나오기 때문이다. 줄잡아 수십명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니 당연 혼돈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생소한 호칭들이 아무런 부연설명없이 등장한다. 세르가 Sir를 의미한다는 것은 한참을 읽고나야 알 수 있다. 핸드라던가 킹스가드 ( 이름 참 유치하기도하지. 이것만 봐서는 좆중딩이 쓴 날라리 환협지로 밖에 안보인다. ) 등등도 마찬가지.
그러나 전개양상 자체는 꽤 차분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극도의 산만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따라잡는게 크게 어렵지는 않다. 교통정리는 빠르게 진행되어나가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빠른 것도 아니다. 물 아래에서부터 뜨겁게 달아올라 결국 수면으로까지 번지는 이 모든 부글거리는 이야기들은 작가의 손에 이끌려 침착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차분하게 풀려나간다.
차분하다고해서 지루하다는걸 의미하는건 아니다. 차곡차곡 이야기들의 겹이 켜켜히 쌓아올려지는게 느껴지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재미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왕좌의 게임이 주는 재미는 물론 주전개인 플롯에서 나온다. 세븐킹덤의 왕좌를 둘러싼 복잡스러운 정치싸움들은 대한민국 인기드라마의 대표장르인 사극이 보여주는 교묘함과 교활함에 한치도 덜하지 않다. 고비마다 주어지는 적절한 반전들도 흥미롭다. 난 대너리스가 칼 드로고의 힘을 발판삼아 일사천리로 강대한 군사력을 손에 넣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만. 그렇다고 이게 반전에만 기대는 줄거리를 가진 것도 아니다. 에다드 스타크가 결국 왕비의 계략에 휘말릴 거라고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결국 그가 체포되는 장면에서는 눈알이 튀어나올만큼 긴장하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소재를 중심으로하는 전개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 환타지 ' 임을 전제로하고 있지만, 사극스러운 궁정암투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흐르는동안 독자는 이를 잠시 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멋진 타이밍에 멋지게 나타나 환타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뇌리에 각인시켜주는 ' 그 존재 ' 들의 등장에서 난 ' 오씨발 졸머쪄 오씨발 기절하게따 !! ' 를 연발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건, 왕좌의 게임에서 모든 캐릭터는 유기적으로 변화한다는거다. 대너리스는 처음에 오빠인 비세리스에 의해 정략결혼으로 팔려나가는, 오빠의 갖은 폭행과 협박에 그저 울고만 있는 겁많고 유약한 소녀로만 나온다. 그러나 어느순간 그녀 내부의 열정과 긍지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스스로 통제력을 잠식해나가는 것이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지며, 종국에는 굴강한 인격을 지닌 단호한 여왕으로 재탄생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워서, 그저 그녀가 등장하는 씬만을 떼어내서 이어붙여도 멋진 소설이 되지않을까한다. 맑고 쾌활한 장난꾸러기이던 브랜이 점차 침울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나, 초반 정신나간 골칫거리 마누라 캐릭터라고 확신했던 캐틀린이 남편과 아들을 구하기위해 결의에 찬 굳건한 여인으로 변모하는 것도 멋진 광경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지금 3부까지 나온 것 같던데. 일단 1부인 왕좌의 게임은 모두 읽었고 지금은 2부 왕들의 전쟁을 읽는 중이다. 책 띠지나 뒷면에 나오는 때로 유명한 사람들 때로 별로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추천사라던가 평가에 대해 난 대단히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지만, 이 소설의 뒷면에 실린 유명인들의 추천사에 나는 깊이 공감한다.
- 이영도 : 얼음과 불의 노래는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의 미국적 액션 및 속도감은 반지의 제왕의 영국적 유머 및 고색창연함과 분명히 구분된다. 하지만 이들은 판타지라는 만국 곡통의 코드를 공유하며, 그 코드를 공유해 보는 것은 한국 독자들에게 즐거움이 될 것이다. 21세기 초입에서 한국적 판타지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 김민영 : 이야기 자체가 바로 마법인 진짜 마법을 톨킨 이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기분좋은 감동이었다. 복잡하게, 그러나 정교하게 얽힌 이야기를 현란할 정도의 유연함으로 풀어가는 글솜씨에 가슴이 저밀 정도였다. 앞으로 이 책은 반지의 제왕의 뒤를 잇는 판타지의 고전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 진산 : 놀라운 것은 작가가 마치 ' 신 ' 처럼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냉혹할 정도로 공평하다는 것이다. 영리한 인물에게는 신체의 결함을, 숭고한 인물에게는 또 다른 부덕을, 심지어 꽤 호감을 얻는 인물에게마저도 과감한 죽음의 퇴장을 안겨주는 등 모든 인물을 장기 말처럼 다룬다. 말이라고 해서 평면적인 ' 도구 ' 로 전락했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각자 장기판 위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인간들이다.
지금 당장은 책을 읽는 중이라 최종적으로 평가내리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읽은 것만으로 따진다면 얼음과 불의 노래는 일정 부분 이영도의 환타지를 능가하는 대목이 있으며, 반지의 제왕에 준하는 걸작으로 본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내 남은 소망이라면 작가가 부지런하고 오래살아서 부디 이 이야기를 완결지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테레비에서 광고하는걸 몇번 보긴했지만, 제목만 봐선 저게 뭔지 감이 안잡힌다. 영화관이라는 걸 봐선 뭔가 극장인가? 싶기도하고 ... 그런가하면 메디컬 기방은 또 뭔가싶고. 이게 잠시만 생각해보면 대충 뭔지 감이 오지만, 그 잠시간 생각하게 만드는게 날 불편하게 한다. 난 테레비가 바보상자라서 사랑하는 사람이야. 머리쓰게 만들지 말아줘 짜잉나니깐 ...
드라마 본편은 ... 씹어대기 민망할 정도로 딱 두편 밖에 보지 않았지만 ^^;; 그거 두 편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는 눈요기가 메인요리, 그외의 것들은 모두 곁가지다. 19금 에로컨셉 + 출연진들의 몹시 적절한 외모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 언젠간 저 알흠다운 여인들의 나신을 보여주지 않겠어? ' 라는 기대를 품게하고, PJ쇼처럼 처음부터 중간까진 감질맛만 내다가 막판에 살짝 보여주고 ' 다음 이 시간에 계속 ... ' 뭐 이런 스탈. 아 뭐 ...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신을 보여준다니 마다할 이유야 없지만서도 이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어딘가 좀 허하다. 어느정도 허하냐면 역시 야밤에 이런 에로드라마나 보는 어떤 아가씨의 말대로 대략 2%에서부터 20%정도까지?
허한 이유는 역시 발연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이 크게 주연급의 계월, 연, 매창, 운과 조연급의 애란, 단비, 조서방으로 나뉘는데, 조연급의 연기는 꽤 괜찮다. 적어도 평균적인 수준은 된다. 특히 애란+단비 커플의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들은 사실상 드라마의 메인플롯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연급의 연기가 발군의 발연기다. 이 사람들은 꼭 3D로 만든 CG에 보이스웨어로 목소리 입힌 느낌. ( 보이스 웨어가 뭐냐면, 이런거 ) 드라마를 처음에 살짝 보면 단비와 애란의 코믹연기에 빠져들지만, 섯불리 깊은 발을 내딛었다간 주연급 연기자들의 발연기로 인한 소격효과 ( ... ) 에 젖어드는 구조이다.
시나리오는 대부분이 어디선가 본듯하고 왠지 낯익으며 한치앞이건 한자앞이건 모두 예측 가능해보이는 뻔해빠진 클리쉐 범벅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이정도의 연기를 펼치는 출연진을 데리고 그저 에로씬이나 주워먹으면 ㄳㄳ할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정교하거나 앞서가는 플롯을 펼치는건 오히려 초현대적 포스트모던 아방가르드 케이블에로 행위예술 드라마가 될지 모르는 위험이 있으니 말이다. 좀더 바라는게 있다면 역시 주연 캐릭터들의 비중을 조금 줄여주고, 조서방과 애란+단비의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좀더 늘려줬으면 ... 하긴하는데, 아무래도 가오가 있으니 제작진으로선 그렇게하긴 싫겠지 -_-
자고로 난 에로영화건 드라마건 일단 ' 에로 ' 라함은, 진지하고 끈적하거나 신파적이고 로맨틱하기보다는 코믹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고 굳게 믿는다. 반만년 역사의 자랑스런 한민족이 이땅에서 탄생시킨 최고의 에로물은 정사씬에서 남자 주인공의 강인함 ( !! ) 을 자랑하기 위해 산이 흔들리는 특수효과가 들어갔던 변강쇠 1편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팝콘무비로 지존의 아성을 자랑하는 색즉시공 1편의 전반부가 에로+코믹 컨셉으로 얼마나 흥미로운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게 신파로 빠지는 후반부에서 얼마나 씹창났는지도. 정욕을 자극하기 위한 영상물은 세살짜리 어린아이도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안다는 야동사이트에 맡기고, 에로물은 코믹과의 결합을 통해 좀더 ' 재미 ' 를 추구하는 길로 나서주길 이 연사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
1권은 그나마 흥미로웠고, 2권은 살짝 실망스러웠다면, 3권은 이제 막장이라고 할까 ... -_- 부제가 ' 흑색화약전쟁 ' 인데 전체 이야기에서 흑색화약은 단지 몇번 ' 언급될 뿐 ' 아무런 중요한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뭐 다른 중요한 일이 벌어지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 반지의 제왕 1부 반지원정대에서 프로도와 샘과 기타등등이 이제 막 호빗마을을 떠나 아르웬이 사는 그 ... 어디더라 거기로 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게다가 여기엔 톰 봄바딜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다 들어있어. 한마디로 좆구리다 (- ㅡ; ) 이 책을 피터 잭슨이 영화화하기로 했다던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테메레르말고 퍼언 연대기로 바꿔달라고 간절히 기원하고 싶다.
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좀더 분량이 큰 이야기의 일부로 본다면, 아마도 여기서는 테메레르의 오랜 맞수가 될 ' 리엔 ' 을 강적으로 세팅하는 정도의 파트가 되지 싶다. 그러나 리엔의 강력함은 그닥 어필하지 못하고 있고 ( 이미 잘 싸우는 중인 나폴레옹의 편에 서서 이긴다한들 전혀 돋보이지 못한다. 나폴레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놀라운 기지로 그를 구출해낸다면 모를까 ) 둘째로 리엔이 테메레르에게 가진 원한이 전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별로 짙고 깊은 감정으로 보이지 않아.
게다가 3권까지 오니 눈에 두드러지게 띄는 부분인데, 용들이 왜 그렇게 하나같이 멍청한지 모르겠다. 테메레르의 사고는 사춘기의 장난기많고 무모한 정의감에 불타는 사춘기 소년의 그것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그외의 용들은 애초에 묘사 자체가 적으니 말할나위도 없다. 중국에선 국정에 관여할 정도로 현명하다는 용들 역시도, 실질적인 캐릭터를 갖기보다는 모호하게 처리되어있다. 즉, 테메레르 3권까지 오는동안, 독자로 하여금 ' 현명하고 지혜로운 용 ' 이라는 심상을 갖게하는 용은, 설정상으로는 꽤 있음에도, 실제로는 전혀 없다.
고로 별로 재미가 없어. 이후에 4권이 나오더라도 아마 안보게되지 싶다. 퍼언 연대기 후속작이나 나와줬으면 좋겠지만 가망없고 ... 으음.
노무현 정부는 경제를 바로세우라는 말을 받잡와 다양한 거시지표상의 나름 유의미한 상승을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 그건 세계시장 자체가 활황이라 그런거임 ' 이라던가 ' 그럼 뭐해 민생경제는 파탄지경인데? ' 라는 것을 이유로 욕을 들어먹어야했다. 여기에 대해 ' 그럼에도 노무현이 이룬 것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평가해줘야한다 ' 라는 의견은 ( 적어도 오른쪽에서는 )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박정희의 경우에마저 공과 과를 가리자는 사람들이, 노무현에 대해선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그냥 ' 난 노무현이 싫으므로 잘한건 그놈이 잘해서 잘된게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 잘된거고, 못한건 그놈이 못나서 못한거 ' 라는 사고방식이다. 요약하자면 '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노무현 탓 ' 이라는거.
반대의 원리가 이명박에게 작용한다. 물론 이명박이 100% 실패할거라고 보진 않는다. 어떤 점들은 성공할 것이고, 또 다른 점들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복잡한 시대에 성공과 실패를 명쾌하게 가르긴 아주 어렵다. 그리고 그런 점들은 실패를 가릴 수 있는 좋은 변명거리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데에 유효하다. 이명박이 대선기간 중 보여준 출중한 회피능력을 보건데 어떤 불상사가 벌어진다한들 적절한 가리개를 만들어내는데 어떤 부족함도 없어보인다. 그리고 그의 지지자들은, 어떤 실패가 벌어지더라도 그가 제공하는 가리개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다. 어려운 말로 인지부조화라고 한다던가?
그러므로 모든 성공은 그의 공이 될 것이되, 어떤 실패도 좌파 정권 10년의 국가파탄의 잔재로만 여겨질 것이니, 이명박은 여전히 그의 불패신화를 이끌어 갈 거다. 이런걸 간과하고 이명박이 삽질을 좀 하면 사람들이 정신차려서 ' 우리가 잘못했군 ' 이라고 믿는 분들은, 정말 정신 줄 놓은듯 너무 안이하다. 아직도 다음넷의 황빠카페엔 회원들이 참 많다.
1. 원스. 보기전부터 호평을 너무 많이 접해서그런가 오히려 기대보단 좀 못미친 것 같다. 주인공들 사이에 벌어지는 잔잔한 일들이 소소하긴 하지만 음악이 그렇게까지 좋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면에선, 아주 오래전 영화 리빙 라스베가스의 밝은 버전인 것 같기도 하다. 루저들의 삶도 가끔은 촉촉해진다는 류의. 문제는 너무 가끔이라는걸까. 아니면 그나마 이건 영화라서 이렇게 실제로는 그저 건조할 뿐이라는걸까.
2. 조선기담. 책의 취지 자체는 좋고 구성도 나쁘지 않으나, 결말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재미를 위해서 쓰여진 글이지만, 재미있게 각색할 수는 없었다는 ( 각종 사료에 실려있는 이야기에만 입각해야하므로 ) 안타까움이 배어나온달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이걸 흥미롭게 각색하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료에 나온 내용들만을 기반으로 전개해주는게 반대로 믿음직해서 좋아보이긴 하더라.
3. 플루토.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가져갈거였다면 메카디자인도 좀 그렇게 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우라사와 나오키가 메카물과는 거리가 먼 작가라서 그랬던건지 ... 대체로 흥미롭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젠 이런 스타일이 슬슬 질려가는 듯 싶다. 몬스터랑 전체적인 긴장구도 조성기법이나 이를 토대로 한 전개방식의 유사성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4.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자체에 대해 품평하기 이전에 공연장의 퀄리티가 구민회관이자나 -_- 주변환경이야 그렇다고쳐도 사운드가 ... 아주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몹시 괴로웠음. 유명 연예인도 보긴했는데 연예인스럽다기보다는, 장소의 영향으로, 나이트 삐끼같아 보이더라. 이 성경이라는게 참 오래되고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컨텐츠인데도 계속해서 뭔가 새로운 버전이 나온다는게 신기하긴 하지만서도 ...
5. 헤어스프레이. 정치적 올바름을 기성영화스러움으로 포장하면 이런 물건이 나오는건가 ... 싶기도하고, 사람들이 왜 이런 류의 영화에 대해 ' 온전히 환영하는 ' 시선을 보내지 못하는지 살포시 이해가 갈 것 같기도하고. 메세지도, 영화 자체로, 음악도, 모든게 다 좋았지만 심정적으로 아주 살짝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어떤 치열함 같은게 없다면 나는 메세지 자체로서 아무리 괜찮아도 별로 감화받지 않는건가? 이건 우피 골드버그의 그 수녀영화 보는 것 같은 느낌이 ...
6. 은하해방전선. 아마추어스러움이 살짝 배어들었는데, 그걸 어설프게 끌고가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 영화가 내게 다소나마 낯설게 느껴졌다는게, 내가 기성영화에 얼마나 푹 몸담그고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한동안 너무 달콤한 영화만 먹고 살았지싶어 초큼 반성함. 그러나 이 반성이 이후의 영화 선택에 반영될지는 잘 모르겠음. 그나저나 홍대 상상마당 부속극장 아늑하니 좋더만. 예전에 그 ... 씨네큐브인가? ( 아직도 있나? ) 하는 극장이랑 느낌이 비슷.
7. 마이클 클레이튼. 올해 하반기에 본 영화 ( 별로 못봤지만 ;; ) 중 으뜸인듯? 건조한 전개양상과 주인공의 건조한 삶이 맞물려서 뭔가 그럴싸한 그림을 그려낸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주인공의 열악한 사생활 ... 이 사건과 맞물리면서 좀더 격한 갈등을 이끌어내주길 바랬는데 그런게 없어서 살짝. 그러나 원래 그런거 보여주려던 영화같지는 않으니까. 캐찌질한 모습들을 나열하며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게 나름 중요하다는걸 다시한번 알게되었삼.
8. 연쇄살인범 파일. 이벤트 호라이즌이라는 영화에 보면, ' 지옥 ' 을 묘사하는 장면이 대략 3초정도 아주 짧게 나온다. 근데 이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라, 처음 이벤트 호라이즌을 보았을 때 내 뇌리에 거의 문신급으로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연쇄살인범 파일을 읽다보니, 이벤트 호라이즌의 3초짜리 지옥도를 책으로 펼쳐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사건들은 당신이 최대한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생각해낸 가장 잔인하고 잔혹한 사건보다도 더 잔인하다.
여러해전부터 게임의 사운드에 대해서 고민 ... 까지는 아니고 간단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우리나라 게임에서 사운드는, 그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게임 디자인이 사운드를 이용한 플레이에 적합하게 짜여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가 해왔던 게임들 중 화면을 보지 않고 플레이 가능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러나 사운드를 끄고 플레이 가능한 게임은 아무리 박하게 잡아도 절반은 넘으리. 여기서 게임을 구성하는 어떤 요소가, 필수적인지, 보조적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한다. 게임 그래픽은, 좋으면 좋은것이 아니다. 그래픽이 없으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다 = 즉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게임 사운드는? 많은 경우 이는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일 뿐, 플레이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경우는 많지 않다. 사운드에의 의존성이 절대적인 것 ' 처럼 ' 보이는 리듬액션 게임마저도, 사운드 끄고 화면만 보고도 플레이가 ' 가능하기는 ' 하다. 물론 반쪽짜리 게임이 되므로 재미없긴 하겠지만. -_- 그러나 화면을 안보고 음악만 듣고는? 아예 플레이조차 불가능하다. 그래도 화면에서 내려오는 키노트는 봐야하지 않겠어?
고로 이렇게 말해보자. 현존 게임들의 다른 구성요소들은 모두 ' 기능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 로직은 로직대로, 밸런스 테이블은 테이블대로, 그래픽은 그래픽대로 모두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 역할은 모두 기능적이다. 그러나 사운드는 다르다. 사운드는 기능적으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거나, 담당하더라도 그 비중이 적은 편이다. 엡피에스에서 사플 ( 사운드 플레이 :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짐작하여 적의 위치 등을 감지해내는 ... 뭐 그런거임. ) 의 예를 보자. 이런 플레이가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사플이 사실 대중적이고 보편화되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게임을 풀어가며, 일부 고수들이 사용하는 플레이 방법에 불과할 뿐이다. 알피지로 가면 더욱 안드로메다다. 알피지를 플레이하는 유저들 상당수가, 효과음만 켜놓고 백그라운드에서 윈앰프 돌리며 자기가 듣고싶은 음악 듣는다. 그나마도 효과음 없다고 게임을 아예 못하는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기엔 지나치게 맛이 떨어지니 그러는지도.
게임 사운드는 그러므로, 현재로서 기능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다. 아름다운 선율이나 우아한 곡들이 특정한 게임 장면에서 흐르며 우리에게 주는 감동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린 가슴을 지닌 오덕들의 심금을 적시는 명곡들의 대다수가 비주얼 노벨 계열의 게임들에 포진해있는게 결코 우연은 아니다. 단순히 서정적인 음악 또는 사운드만을 감성적이라고 할 이유도 없다. 난폭한 남자들이 즐겨찾는 과격한 게임에서 뼈가 깍여나가고 피가 튀는 가운데 아군의 지원을 바라며 죽어가는 전우들의 비명소리 또한 사운드이다. 즉 게임 사운드는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 기능적인 측면을 확고히 담당하기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에 좀더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게임 플레이를 지속하기 위한 일정 이상의 감성적 반응이 필요한 게임들이 상당수이며, 이런 점들을 본다면 게임 사운드가 담당하고 있는 감성적 역할은 오히려 기능적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앞서 예로 든 리듬액션 게임들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여전히 좀더 극단으로 밀어본다면, 앞서 든 예와 같이, 스피커를 끄고는 게임진행이 가능할지라도 모니터를 끄고도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은 얼마 없다.
한편으로 개발자 중에서도 비사운드 스탭들은, 사실 사운드에 대해서 잘 모른다. 사람의 몸이라는게 감각적으로 시각의존도가 청각의존도에 비해 훨씬 높다. 다시말해 청각은 시각에 비해 덜 발달된 감각이라는 것. ( 심도깊은 생물학얘기는 즐. 일반인 선에서 얘기하쟈 ) 고로 기획자가 기획서를 쓸 때도 ( 특히 나처럼 무딘 귀를 가진 자는 ) 내가 원하는 소리를 구체적으로 캐치하기 어려울 뿐더러, 그걸 남이 알아듣도록 표현하는게 무지 어렵다. 그러므로 기획서는 모호할 수 밖에 없고, 그 반대편의 사운드 작업자는 어떻게든 내 의견을 알아먹고 일을 해야하는데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남이 어떻게 잡아내서 만들 수 있겠어.
고로 인간의 몸은 원래 사운드보다는 비주얼에 민감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게임 디자인은 구조적으로 사운드보다 비주얼에 의해 정보를 전달하는 경향을 강하게 갖는다. 고로 게임 사운드가 그래픽이나 룰보다 더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워보인다.
그러므로 내가 만약 게임을 너무 좋아하고 동시에 음악에 관련된 다양하고 풍부한 재능을 가졌기에 이 둘을 믹스한 작업을 통해 먹고살고 싶다면, 나라면 두 가지 해결 방법을 고민해보겠다.
첫째로 현실의 나와 같은 개싸구려 막귀를 위한 값싼 사운드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공하는데 포커스를 맞춰서 사업을 진행해나가는거다. 다시말해 제한된 스펙내에서 가능한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보자는 것. 이건 사실 사운드 분야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닌데, 제한된 스펙내에서 최대치의 결과를 얻어낸다는건 비단 게임 사운드업이 현재 게임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고려치 않더라도 상당히 중요하다. 고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고사양의 하드웨어를 요구하는건 시장의 요구와는 부합하지 않는다는거다.
사운드 전문가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견해를 내보인다. 보다 풍부하고 폭넓은 사운드를 유저들에게 제공하자는 욕심. 뭐 그거야 디자이너는 제한된 기능만을 갖춘 시스템 만들고 싶지 않고, 아티스트는 기껏 천개쯤 되는 폴리곤으로 캐릭터 베이스 잡으라고 하면 짜증을 내기 마련.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요. 우린 언제나 주어진 스펙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데 힘을 기울여야지, 그 스펙 자체를 확장하려고 노력하는건 글쎄. 생각해보자. 베를린 필 하모닉과 뉴욕 시빌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완성된 배경음악 또는 컷씬 삽입 음악이라고 한들, 유저들은 어차피 5천원짜리 스피커 ( 스테레오나 되면 다행 ) 를 통해 다른 게임들에서 뿜어져나오는 소음 가득한 게임방에서 들을 수 밖에 없다구. 근데 이걸 개선하자구?
말하자면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소스가 후지다고 불평하기보다는 ( 그런다고 더 좋은 식재료가 주어지는게 아닌 이상은 ) 집앞 구멍가게에서 파는 마늘과 파, 배추로 만들 수 있는 요리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는게 더 낫지 않나하는거다.
두번째는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앞서도 말했듯 현존하는 게임 디자인 대다수는 비주얼 의존도가 대단히 높으며, 디자인 자체로부터 사운드 의존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럼 그런 게임을 직접 만드는거다. 기능적으로 사운드의 몫이 무거운 비중을 갖는 게임이 지금은 별로 없다. 그러니 만들면 그만. 예컨데 자막없는 컷씬이 줄줄이 이어지는 게임 .... ( ... ) 이라던가, 그런 음성대사를 알아듣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려운 게임이라던가. 엡피에스의 사플을 극대화해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아주 중요한 게임이라던가 등등등. 뭐 내 조악한 머리로 개발괴발 쓰는 가운데 이 이상의 예를 들긴 어려울 듯 하고.
풍부한 소리가 곁들여지는 감성적인 게임도 좋다. 아름답고 아기자기하며 우아하고 서정적인 게임. 새들이 지저귀고 동네아낙들이 노래하는 가운데 졸졸졸 흐르는 냇물소리를 벗삼아 산책을 나가고, 푸근한 표정으로 장을 보고 돌아오는 아줌마를 만나서 아파트 집값을 어찌하면 올릴지 상의하는 ... 어 ?!?!
뭐 중요한건, 다른 어딜가도 마찬가지지만, 푸념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조건내에서 뭔가 더 개선할건 없는지하는걸 찾아보는거다. 위에 링크한 인터뷰를 하신 분들도, 그리고 지금 게임 사운드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 더 필요하다면 이런게 있삼 ' 하는 취지로 말한거겠지만. 그냥 혹시나해서 ...
가끔 내가 쓴 글을 나중에 읽어보면, 당시 내가 느꼈던 호감에 비해서 글 자체는 굉장히 혹평하듯이 쓰여진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 어, 원래 이정도로 나쁜 작품 아닌데? ' 말하자면 전체적인 인상은 무척 좋게 받았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특정한 단점들에 대해 길고 장황하게 글을 쓴 나머지, 읽고나면 ' 이런 커다란 단점이 있는 작품이군 '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장점에 대한 서술이 너무 짧고 간단해서 그런건가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 뭐랄까, 아마도 내가 그 장점들을 ' 정확하게 집어내는 ' 능력이 없어서라고 보는게 더 타당하지 싶다. 즉 이 작품의 장점은 아주 모호하고 폭넓으며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그러나 나는 그걸 지적해서 끄집어내고 남들에게 알릴만큼 똑똑하지가 못하다. 반대로 작고 사소한 단점은 아주 뚜렷하고 명료해서, 게임 전체로 봐서는 그닥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를 딱 꼬집어 말하는 바람에, 내가 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단점만을 더 크게 봐버리는거다. 역시 싱거운 칭찬보단 맛깔나는 뒷다마가 더 쉽고 편하며, 무엇보다 즐거운 법 ... ( ... )
2.
사람들은 IMF 직전의 경기가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90년대 초반 오렌지족이니 과소비니하는게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게 지금도 기억난다. 한편 사람들은 지금이 ' 왕년의 ' 경기를 회복하지 못했으므로 안좋은게 아니냐고 한다. 근데 돌이켜보면, IMF 직전 우리나라의 호경기는 사실 버블 아니었어 ?!?! 즉 실제 경제규모에 비해 훨씬 더 흥청망청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 사람들이 만약 이 때의 호경기만을 기억하며 그때를 원하는거라면, 이건 위험한거 아냐?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3.
디씨스타일의 게시판을 이제는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디폴트로 존댓말을 사용하는데 비해 디씨는 반말이 디폴트이고 ( 식물갤등 일부 제외 ) 디씨에서 노니는 아해들의 행태가 보기에 나름 나쁘지 않았던듯, 이곳저곳에서 그런걸 찾아볼 수 있다. 근데 문제는 단순히 반말게시판을 만든다고해서 이게 디씨처럼 동작하지는 않는다는거다. 와우인벤 논게라는 곳이 대표적인데, 여기가 말하자면 와우인벤에서 나름 디씨스탈로 키워보려고 반말 디폴트로 놓고 가려던 곳이다. 근데 이곳의 분위기는 디씨에 있는 와갤과는 사뭇 다르다. 두 게시판 모두 격의없는 스탈지향 ( 쉽게 말해 반말 ) 과 와우라는 게임을 소재로한다는 점에서는 같은데도 그렇다. 딱 꼬집어 뭐가 다르냐면,
사람들이 보이는 공격성이 다르다. 이렇게만 말하면 디씨질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은 디씨가 훨씬 공격적일거라고 오해하겠지만 실은 정 반대. 오히려 와갤의 분위기가 훨씬 관대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내가 보기에 역시 ' 유희정신 ' 때문이다. 진지함이라곤 별로 찾아볼 수 없고 뭔 말을 해도 우스개로만 넘겨버리는 디씨 고유의 분위기는 와갤에도 역시 충만하다. 애들은 남들이 뭔 뻘소리를 하든 신경 안쓰고 걍 넘어간다. 뻘소리에 태클걸면 이거야말로 ' 낚인 ' 거다. 하류와갤러라는 뜻. 물론 아예 100%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거다. 반대로 인벤논게는 애들이 존나 진지하다. 뭐 사소한거라도 꼬투리잡히면 서로 신랄하게 까대고 감정상하고 이후로도 티격태격한다. 인벤논게의 넴드 ( 유명인정도로 이해하면 될듯 ) 들은 대부분 ' 적이 많은 ' 자들이다. 와갤의 넴드들은 찌질한 짓으로 남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자들이 대부분인데 비해서 말이다.
인벤논게에서 반말이란 서로가 서로를 ' 낮춰보는 ' 느낌이다. 즉, 넌 나보다 하수이므로 내가 너에게 반말을 쓰겠노라. 서로 이런식으로 받아들이는 느낌? 즉 반말 자체를 약하나마 모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에 비해 와갤의 반말은 친구들사이의 반말이다. 어떤 욕설이나 비하적 농담이 오가더라도 친구사이니까 적당히 이해해주고 넘어가는 뭐 그런 분위기가 있다.
반말 게시판이, 만든다고 다 되는게 아니구나. 디씨 특유의 가벼움이랄까하는게 곁들여져야 제대로 기능하는구나 ... 라고 생각해봤다.
게임 전체의 완성도는 양호한 편이고, 나름 신선한 면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2% 부족한 느낌이다. 완성도라는 말이 좀 이상하게 쓰이는 것 같은데, 내가 말하는 완성도는 게임이 기술&디자인적으로 무리없이 잘 돌아가는가 하는거다. 덜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 다 완성된 게임인가? 하는 것. 이 개념을 머리에 심은건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느끼게 했던 ' 마그나카르타 ' 때부터였다. 그 외에 내가 저지른 일도 있으므로 여기에 대해선 (- ㅡ; )
버그가 많고 퍼포먼스가 떨어진다거나 UI가 좆구리게 되어있어 유저에게 불필요한 불편함을 강요한다면 그건 완성도가 낮은거다. 물론 버그없이 잘 돌아가고 퍼포먼스는 납득할 정도이고 UI도 대체로 무난하다면 이건 완성도가 높은거. MS에서 나왔던 던전시즈가 완성도가 높은 게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지 싶다. 그러나 완성도가 높다고해서 그 게임이 ' 재미있 ' 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그저 무난하게 잘 굴러간다는 정도의 의미일 듯. 가끔 ' 높은 완성도 ' 라는 말이 게임이 재미있다는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 난 그렇게 말하지 않으므로 유의. 참고로 내가 기술적 완성도의 최고봉으로 치는건 ' 알탭 ' 을 통해 다른 창으로 오락가락해도 아무런 무리없이 게임이 돌아가는데다가 심지어 그 전환이 빠른 경우이다. 지금껏 여기에 해당하는 게임은 정말 드물게만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블쟈의 게임들은 대부분 이 완성도가 높다.
근데 이 양호한 수준의 완성도가, 게임에 어떤 어드밴티지가 되는가하면, 한동안 캐졀 게임을 안하다가 요즘들어서 좀 해보며 느끼는건데 이제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캐졀 게임이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담보하고 있다. 에어로너츠도, 아스트로레인저도 모두 완성도가 나쁘지 않았거든. 그러므로 완성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건 여기서 득점을 하기 위한 요소라기보다는 감점을 피하기 위한 조건정도 되겠다.
일단 앞서 말한대로 에스포리그의 완성도는 대체로 무난한 수준 = 즉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이다. 그럼 게임은 어떤고하니, 의외로 액션감이 좀 있다. 고전적인 엡피에스들은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는건가? 킬데스 항목이 보여주는 수치라던가 게임의 형식, 레벨 디자인 등등은 기존 엡피에스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플레이 자체는 스텔스나 칼질, 이중점프 등을 통해 보다 액션에 가까운 형태가 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 팀포투랑 비스무레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물론 둘을 비교하자면 팀포투가 압도적으로 승리 -_- 이지만, 에스포리그는 뭐랄까 그 ... 팀포투와 ' 경쾌함 ' 이라는 요소를 공유하는 가운데 서로 별개의 경쾌함을 추구하는 느낌이다. 걍 단순하게 말하면 팀포투는 양키삘의 호쾌한 액션, 에스포리그는 니뽄삘의 아기자기한 액션이라고할까.
에스포리그의 무기 가짓수는 당연하게도 팀포투에 비해 다양하지 못하고, 그 사용법도 팀포투처럼 막지르기 = 조준의 중요성을 희석시키기보다는 여전히 조준의 중요성이 나름 비중있는 편이다. 게다가 센트리건 같은건 살짝 참조(?!)한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레벨 디자인의 ... 말하자면 풍요로움 덕택에 이런 부분들이 일정 수준 상쇄되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팀포투의 레벨디자인은, 그런 고수들의 작업물을 감히 내가 평가하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기존 레벨 디자인을 좀더 정교화한 스타일이다. 즉 정석에 따르되 고득점하는 방향?
그러나 에스포리그는 게임 자체가 각종 ' 부숴지는 장애물 ' 들을 기반으로 성립하고 있어서인지 비교적 파격적이다. ( 이런 얘기하면 꼭 튀어나와서 그런거 다른 게임에도 있삼 하는 사람들 있는데 난 이게 처음이라고 !! ) 예컨데 날개달고 지붕위에 올라가서 아랫것들 (!) 조지고 있다보면, 내가 디디고 선 지붕의 아래에서 어떤 자식이 날 쏴서 지붕을 깨고 날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식이다. 길거리에 상자가 여러개 쌓여있어 그 뒤에서 게걸음샷을 하고 있노라면 어떤 자식이 이 상자를 왕창 부숴버려서 내가 뻘쭘해지는 상황도 여러번. 레벨 전체에서 이런게 자치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 부숴지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면 맵 전체의 절반이상은 비어버릴듯? ) 의외로 쏠쏠하다.
게다가 심지어 유저가 직접 장애물을 설치할 수도 있다. 원하는 장소에 앞서 말한 일종의 상자 같은걸 설치해서 은폐엄폐물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는거. 아직 쓰는 사람이 별로 많아보이진 않더만, 구석진 곳에 이런거 싹 하나 설치해두고 틈새로 딱콩딱콩 쏘는 것들 얄미워 죽겠는데, 그 틈새로 나도 총알을 박아넣자니 내 조준실력이 그정도는 안되고 결국 이걸 부숴야하는게 꽤 짜증난다 = 반대로 게임 요소로서는 흥미롭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내 캐릭터의 행동이 별로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좀 받았다. 내가 아직 게임에 익숙하지 못해서 = UI를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처음엔 탄창 갈아끼우는 것조차 지금 이게 갈아끼우고 있는건지 마는건지 헷갈리더라. 아울러 대략 30시간 남짓 플레이한 지금도, 무기전환이 언제는 되고 언제는 안되는지 갸우뚱하다. 피격당했을 때는 무기전환이 안되나? 무기전환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정도인가? 등등이 잘 체감되지 않는다.
아울러 ' 잔소리 피드백 ' 이 약하다. 잔소리 피드백이 뭐냐면, 유저가 어떤 행동을 시도했을 때 그 동작을 지금 당장 수행할 수 없다면, 왜 안되는거라고 안내해주는거다. 예컨데 내가 총에서 칼로 무